신동빈이 믿고 중용하는 롯데맨, 롯데지주 부회장 이동우 스토리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신임을 두텁게 받는 인물이다. 롯데지주 유일한 대표이사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에서 상징성도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유일한’ 롯데지주 대표이사 전문경영인이다.

신동빈 회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며 그룹의 중대사를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롯데그룹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이 신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롯데그룹 최고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비결에 관심이 집중된다.

22일 롯데그룹 안팎의 말을 들어보면 이동우 부회장은 소위 능력으로 롯데지주 부회장까지 승진한 인물로 여겨진다.

롯데그룹 계열사 사장단의 면면을 보면 내로라하는 국내외 대학교 출신이 많다. 특정 대학교 출신에 쏠리기보다는 여러 유명한 대학교 출신 인물이 골고루 자리를 잡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사장단 가운데서 이 부회장이 졸업한 건국대학교 출신은 찾기 힘들다. 이는 이 부회장에게는 학연이 없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중용했던 호남석유화학 출신도 아니다.

신 회장은 자신이 한국 롯데에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 호남석유화학에서 함께 일했던 인물을 적극적으로 요직에 앉혀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롯데백화점과 호텔롯데, 롯데하이마트 등 유통 및 호텔 계열사에서만 일했다. 신 회장의 눈에 들기에 아주 먼 자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눈에 띌 정도로 가까운 자리라고 보기도 힘들다.

이른바 롯데그룹 안에서 ‘학연’도 ‘라인’도 없었던 인물이 이 부회장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최근 실시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지주의 원톱에 올랐다. 신격호 회장 시대를 상징하는 마지막 인물인 송용덕 부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롯데지주의 유일한 대표이사 전문경영인이 됐다.

롯데지주의 유일한 대표이사 전문경영인이라는 이름은 무거운 무게를 지닌 자리다.

이동우 부회장은 기존에 담당하던 신사업 발굴과 인수합병, 재무 관리, 비즈니스 전략뿐 아니라 송용덕 부회장이 맡고 있던 롯데그룹의 인사 관리와 인재 양성 등의 임무를 모두 아우르게 됐다.

롯데그룹의 미래를 사업적 측면뿐 아니라 인재 측면에서도 관리하게 됐다는 것은 그만큼 신 회장의 신뢰가 두텁다는 말이다.

이 부회장이 롯데그룹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를 맡을 당시 불미스러운 일이 뒤늦게 알려지자 경영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했을 때였다.

하지만 롯데하이마트 이사회는 2017년 9월 이 부회장의 해임안을 부결했다. 롯데그룹은 당시 롯데하이마트 이사회가 스스로 결정한 일이라는 태도를 보였지만 이 과정에 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신 회장이 2020년 8월 롯데그룹을 쇄신하는 차원에서 그룹 사령탑 역할을 했던 황각규 부회장을 롯데지주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하고 황 부회장을 대신할 인물로 이동우 부회장을 발탁한 일은 이 부회장에 대한 신 회장의 믿음이 드러나는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신동빈이 믿고 중용하는 롯데맨, 롯데지주 부회장 이동우 스토리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평소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는 전문경영인으로 유명하다. 사진은 2021년 5월12일 당시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사장이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임 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 첫 회의에 참석하기 전 모습. <연합뉴스>

신 회장이 이 부회장을 신뢰하는 이유를 놓고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다양한 말이 나돈다.

이 부회장의 젊은 감각을 신 회장이 높게 사고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 부회장은 평소 짧고 단정한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기고 말끔한 정장에 행커치프로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단정한 모습만이 이 부회장의 모습은 아니다. 이 부회장은 오토바이를 즐겨 타는 라이더라는 반전 매력도 가지고 있다.

보수적이고 낡아 변화에 둔감하다는 소리를 들어온 롯데그룹의 오래된 조직문화에서 이 부회장은 스타일만으로도 돋보인다는 것이 롯데그룹 안팎의 평가다. 

신동빈 회장이 이 부회장을 신뢰하는 것은 롯데그룹의 혁신을 이끌려면 이 부회장과 같이 기존 임원들과 분위기가 다른 인물이 필요하다고 본 것일 수 있다.

물론 젊은 감각만이 이 부회장을 중용하게 된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이 부회장이 롯데하이마트 수장을 맡기 전인 2014년만 하더라도 롯데하이마트는 매출 3조7543억 원, 영업이익 1444억 원짜리 회사였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이후 3년 연속으로 실적이 늘어나 2017년에는 매출 4조993억 원, 영업이익 2075억 원을 냈다.

롯데지주 대표이사에 발탁된 뒤로는 신사업 발굴이라는 신 회장의 주문을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이 부회장은 2021년 롯데지주 안에 신사업팀이라는 조직을 꾸려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했는데 2022년에 롯데헬스케어와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잇따라 출범하며 ‘뉴 롯데’의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신 회장의 신뢰를 정확한 성과로 보답하는 이 부회장의 모습은 그가 왜 롯데지주의 유일한 대표이사 전문경영인으로 남았는지를 설명해준다.

이 부회장이 롯데그룹에서만 36년 넘게 일한 정통 롯데맨이란 점도 신 회장의 신뢰를 더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구석구석을 혁신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롯데에서 상징성이 큰 계열사 수장에라도 외부 사람을 앉히는데 주저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롯데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롯데지주만큼은 다르다. 롯데그룹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인물에게 열쇠를 줄 수밖에 없는데 ‘롯데 토박이’와 같은 이 부회장의 경륜을 무시하기는 힘들다.

이 부회장의 능력을 놓고 다소 결이 다른 시선도 없지 않다.

이 부회장이 롯데하이마트를 맡자 마자 실적이 3년 동안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2018년부터  2020년 8월까지를 보면 롯데하이마트가 점점 부진해졌다는 점에서 온전히 공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하이마트 영업이익은 2017년 2천억 원대를 넘었다가 2019년에 1099억 원으로 반토막났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