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3사 CEO 정준호 손영식 김형종, 올해 경영 누가 더 잘했나

▲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롯데백화점 대표), 손영식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 등 백화점3사 최고경영자(CEO)가 연말 인사에서 자리를 지킨 힘은 호실적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백화점업계는 호실적에 모두 웃었다.

백화점들의 실적 증가는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롯데백화점 대표), 손영식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 등 백화점3사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연말 인사에서 무사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21일 올해 백화점업계의 실적을 보면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모두 사이좋게 높은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보복소비 열풍이 올해도 이어진 덕분이다. 다만 지난해 백화점의 성장을 주도한 분야가 명품이었다면 올해는 패션의 성장이 도드라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에 힘입어 야외 활동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그동안 패션에 투자하지 않았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었기 때문이다.
 
백화점3사 CEO 정준호 손영식 김형종, 올해 경영 누가 더 잘했나

▲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롯데백화점 대표).


신세계백화점에서 3분기에 높은 성장률을 보인 카테고리는 여성패션(27%), 남성패션(24%), 명품(22%) 순이였다. 1분기만 해도 명품 성장률이 패션 성장률을 2배 가까이 앞섰지만 2분기부터 여성패션과 남성패션의 성장률이 명품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도 1분기부터 시작된 패션과 스포츠 등 고마진 상품군의 판매 개선이 2분기와 3분기에도 지속된 덕분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역시 분기별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카테고리를 보면 1분기 해외패션(23.4%), 2분기 해외패션(17.9%), 3분기 여성패션(25.9%) 등으로 나타났다. 명품 성장률을 따로 공개하지 않아 해석에 한계가 있는 수치지만 패션의 성장세가 주목할 만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견고한 명품 성장률에 패션이 힘을 보태자 백화점3사 모두 실적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1~3분기 누적 매출 기준으로 롯데백화점(2조3420억 원)과 신세계백화점(1조8130억 원), 현대백화점(1조6928억 원)의 성장률은 각각 14.1%, 21.3%, 10.2%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온오프라인 소비 성장률인 7.3%를 웃도는 것이다.

영업이익 성장률은 매출 성장률보다 더 돋보였다. 

롯데백화점은 1~3분기에 누적 영업이익으로 3210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123.9%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 성장률도 같은 기간 각각 58.5%, 42.2%나 됐다.

백화점3사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 누가 더 잘 했는지를 놓고 우열을 가리는 것이 의미 없는 숫자들이다.

모두 잘했지만 지난해와 비교해봤을 때 유독 수완이 돋보이는 CEO는 바로 롯데백화점 수장 정준호 대표다.
 
백화점3사 CEO 정준호 손영식 김형종, 올해 경영 누가 더 잘했나

▲ 손영식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


롯데백화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라이벌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많이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3대 명품)’ 백화점으로 자리매김에 성공하면서 고급화 전략에서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2월 선보인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덕분에 MZ세대가 가장 많이 찾는 백화점 반열에 오르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지점을 보유한 백화점이라는 사실 말고는 내세울 만한 장점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지점이 너무 많아 ‘희소성 없는 백화점’이라는 이미지만 굳어졌다.

이는 실제로 영업이익률 성장 폭의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영업이익 성장률이 101.6%나 됐다. 현대백화점 역시 28.3%로 적지 않은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롯데백화점은 영업이익 성장률이 6%대에 머무르며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지난해 말 롯데백화점 대표에 전격 발탁된 ‘신세계 출신’ 정준호 대표는 ‘유통업계 맏형’ 롯데의 자존심을 세웠다.

정 대표는 취임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임직원들에게 영상메시지를 보내 “서울 잠실점과 강남점의 고급화를 통해 롯데백화점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다른 고급스러움을 넘어선 세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1등 백화점을 강남에서 만들겠다”며 “강남에서의 성공 경험을 다른 점포까지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 롯데백화점에 활기가 돌았다. 정 대표는 자신이 몸 담았던 신세계그룹의 임원뿐 아니라 여러 명품업계 전문가들을 롯데백화점 임원으로 영입하면서 체질 개선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올해 초 백화점업계의 화두가 ‘롯데백화점의 외부 임원 영입’이었을 정도로 정 대표의 행보는 눈길을 끌었다.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 등 내부 소통 구조를 세련되게 바꾼 노력도 주목받았다.

정 대표의 이런 움직임은 올해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국내 백화점 가운데 2번째로 연매출 2조 원을 넘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손영식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 역시 올해 큰 공을 세웠다.
 
백화점3사 CEO 정준호 손영식 김형종, 올해 경영 누가 더 잘했나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


손 사장은 신세계그룹에서 손에 꼽히는 기획 및 명품 전문가다. 그는 과거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장 등으로 일하면서 명품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한 때 신세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도 했지만 지난해 10월 복귀한 뒤 고급화 전략을 더욱 다듬은 덕분에 올해 신세계백화점은 역대 최대 실적을 고쳐 썼다.

손 사장이 올해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을 단 지 7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모두 이런 공로 때문이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은 ‘더현대’라는 이름을 현대백화점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정립하는 데 성과를 냈다.

더현대서울은 개점 1년 만인 올해 초 누적 매출이 8천억 원을 넘었다. 올해 연매출은 9천억 원대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1조 원대 매출 백화점’ 반열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3대 명품 매장을 들이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다.

현대백화점은 대구 현대백화점의 이름을 더현대대구로 바꾸고 광주에도 더현대광주를 짓겠다고 하는 듯 ‘더현대’의 성공을 다른 점포에 이식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