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롯데그룹 베트남 비자금 조성의혹에 이름 등장  
▲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했다. ‘대우(大宇)’라는 이름도 ‘큰 집’이란 뜻이다.

김 전 회장은 국내 기업사에서 영욕의 이름을 동시에 남기고 이미 쓸쓸히 퇴장했지만 ‘김우중’이란 그림자는 아직 재계에서 완전히 떠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1일 검찰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김우중 전 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베트남에서 해외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하는 과정에서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수상한 거래를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2014년 베트남 하노이에 롯데센터 하노이를 짓는 데 4억 달러 가량을 투자했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롯데자산개발을 통해 페이퍼컴퍼니 ‘코랄리스 S.A’란 회사를 먼저 사들였고 이후 이 지분을 롯데쇼핑과 호텔롯데에 넘긴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코랄리스에 출자하는 과정에서 비용 등을 과다계상하는 등의 방식으로 오너일가가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랄리스는 조세회피처인 룩셈부르크에 법인을 둔 해외특수목적법인(SPC)인데 김우중 전 회장의 3남인 김선용씨가 역외탈세에 이용했던 회사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 롯데그룹 베트남 사업진출 과정에 김우중 전 회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은 김우중 전 회장이 베트남에서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인 탓에 대규모 건축사업에 수반되는 부지 매입, 인허가 등에 정재계 인사의 ‘입김’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중 전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 해체를 겪은 뒤 베트남을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여생을 보내고 있다.

김우중 전 회장은 국내외를 오가며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해오다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서 강연자로 나서 공식석상에 오랜만에 모습을 비쳤다.

그는 당시 베트남에서 차세대 기업가양성 프로그램인 ‘글로벌청소년사업가양성사업(글로벌YBM)’을 시작했다고 근황을 소개한 뒤 청년 인재는 물론 은퇴자의 베트남 현지 취업을 적극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우중 전 회장은 최근 조선사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김 전 회장이 1978년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를 인수해 키운 회사다. 김 전 회장은 사장까지 직접 맡았을 만큼 각별한 애정을 쏟았으나 무리한 해외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혀 그룹 해체 과정에서 주인이 바뀌었다.

대우조선해양 부실경영에 대한 거센 책임론에 휩싸인 고재호 전 사장은 김우중 전 회장이 건재하던 1980년 입사해 해외영업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김우중 키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고 전 사장 은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 의혹으로 검찰 수사대상에 올라있다.

김우중 전 회장은 분식회계와 횡령 등 혐의로 17조9253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으나 현재까지 800억 원 정도밖에 내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