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신동빈 족쇄 풀릴 때마다 '이곳'에 간다, 중국 대신 애정 듬뿍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0일 베트남으로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사진은 2018년 12월4일 신동빈 회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만나 악수하는 모습. <롯데지주>

[비즈니스포스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족쇄’가 풀릴 때마다 찾는 곳이 있다. 베트남이다.

신 회장은 올해 8·15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뒤 첫 해외 출장지로 베트남을 찾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와 배임·횡령 등 각종 경영비리로 구속됐던 신 회장이 2018년 10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두 달 만에 첫 해외 출장지로 찾은 곳도 베트남이었다.

이처럼 신 회장이 베트남에 집중하는 것은 그만큼 롯데그룹에게 중요한 곳이라는 뜻이다.

3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날 신동빈 회장은 전세기를 타고 베트남 하노이로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9월2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리는 신도시 개발 사업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의 착공식에 참석한다는 사실 이외에는 구체적 일정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이 과거 베트남 출장 때처럼 베트남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롯데그룹의 사업을 논의하고 정부 차원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정부의 서열 2위인 응우옌 쑤언 푹 국가주석을 접견하는 일정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롯데그룹이 베트남에서 벌이고 있는 여러 계열사의 사업 현장을 둘러볼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국가인 인도네시아를 방문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신 회장에게 베트남은 중국사업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급부상한 곳이다.

그는 최근 수 년 동안 경영권 분쟁과 수사 및 수감 등 불미스러운 일로 경영에 전념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베트남을 꾸준히 찾았다.

2017년 수사와 재판을 받는 바쁜 와중에도 시간이 될 때마다 틈틈이 베트남을 찾아 현안을 직접 챙겼다. 2018년 집행유예로 구치소에서 풀려난 뒤 가장 먼저 달려갔던 곳도 베트남이다.

올해 광복절을 맞아 특별사면된 지 3주도 안 돼 해외 출장지로 베트남을 찾은 것은 그만큼 신 회장에게 베트남은 놓쳐서는 안 되는 새로운 사업 거점이라는 뜻과도 같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롯데그룹이 해외에서 가장 집중했던 나라는 중국이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부지 제공 탓에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보복을 받으면서 롯데그룹은 중국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경영 승계 수업을 받으면서 가장 주목했던 시장이 중국이었던 만큼 중국사업 철수는 더욱 뼈아팠다.

신 회장은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에 오른 뒤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면서 중국을 1순위로 삼았고 진출 초기인 2002년에는 일본 노무라리서치에 중국 진출과 관련한 컨설팅을 의뢰하기도 했다. 모두 중국사업을 향한 신 회장의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중국에서 이도 저도 못 하는 형편이 되자 그 대안으로 베트남을 해외 공략의 거점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베트남사업에 대한 롯데그룹의 애정은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롯데지주가 발간한 202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 가운데 베트남에 진출하지 않은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1998년 베트남에 처음 진출한 계열사인 롯데GRS(롯데리아, 엔제리너스 운영사)뿐 아니라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멤버스,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롯데면세점, 롯데건설, 롯데렌탈,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정보통신, 대홍기획, 롯데상사 등 굵직한 계열사가 수두룩하다.

유독 베트남에 공을 많이 들이는 쪽은 유통이다.

롯데마트는 현재 베트남 현지에서 점포 15개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 진출 국가 가운데 가장 점포 수가 많다. 롯데백화점도 베트남에 점포 2곳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은 롯데가 유일하다.

롯데쇼핑 자회사인 롯데컬처웍스가 운영하는 롯데시네마 역시 베트남에서 2021년 말 기준으로 46개 관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사업뿐 아니라 새 사업 발굴을 위한 노력 측면에서도 베트남에 소홀하지 않다.

롯데그룹이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설립한 기업형벤처캐피탈(CVC) 롯데벤처스는 2021년 11월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설립 했다. 이는 베트남 최초의 외국계 벤처투자법인이라는 의미와 롯데벤처스재팬의 설립 시기보다 4개월가량 빠르게 진출이 이뤄졌다는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베트남사업 확대를 위해 현지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롯데그룹은 2021년 5월 하노이시와 호찌민시에 각각 30억 동, 중앙 정부에 40억 동 등 모두 100억 동(약 5억7500만 원)을 기부했다. 코로나19 상황 극복을 돕기 위한 백신구매펀드 조성 명목이었다.

롯데그룹이 다른 나라에 코로나19와 관련해 기부한 사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롯데그룹 사업장 정보보호를 위해 전사적으로 배포하는 정보보호 포스터를 2021년부터 베트남어판으로도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롯데그룹이 베트남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보보호 포스터는 2021년부터 한국어와 영어, 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 등 4개 언어로 제작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앞으로도 베트남을 전략적 요충지로 계속 육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 계열사의 사업보고서와 실적발표 자료 등을 종합하면 여러 계열사는 대체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과 풍부한 젊은 인구, 도시화 등이 강점으로 꼽히는 베트남 진출에 계속 관심을 쏟는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