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슈퍼가 기업형슈퍼마켓(SSM) 시장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1천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줄이기 위해 2년 넘게 점포 구조조정에 매진한 결과다.
 
롯데슈퍼 점유율 하락세, 롯데쇼핑 마지막 '롯데맨' 남창희 자존심 지킬까

▲ 남창희 롯데쇼핑 슈퍼사업부장(롯데슈퍼 대표 사진)이 롯데슈퍼 점유율 하락세를 막을지 주목된다.


그럼에도 롯데쇼핑의 주요 사업부 수장 가운데 유일하게 ‘롯데맨’ 출신인 남창희 슈퍼사업부장(롯데슈퍼 대표)이 롯데슈퍼의 반등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아 보이지 않는다.

18일 기업형슈퍼마켓 시장의 주요 사업자인 롯데슈퍼와 GS더프레시, 이마트에브리데이,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의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롯데슈퍼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롯데슈퍼는 2019년만 하더라도 점유율 40.8%를 보였다. 하지만 2020년 39.2%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36.7%까지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점유율은 34.4%다. 3년 만에 점유율이 6%포인트 넘게 빠졌다.

롯데슈퍼의 점유율이 내림세를 보이는 까닭은 점포 구조조정 때문이다. 

2019년 말만 하더라도 롯데슈퍼 매장 수는 모두 521개였다. 하지만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391개까지 줄었다. 2년 반 동안 전체 매장의 4분의 1을 폐점한 셈이다.

이를 주도한 것은 남창희 롯데쇼핑 슈퍼사업부장(롯데슈퍼 대표)이다.

남 대표는 2019년 말 롯데슈퍼 대표에 오른 뒤 2020년부터 점포 효율화 작업에 주력했다. 롯데슈퍼의 대규모 적자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롯데슈퍼는 2016년까지만 해도 흑자를 냈지만 2017년 영업손실 50억 원을 보며 적자전환한 뒤 상황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62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더니 2019년에는 급기야 영업손실이 1천억 원을 넘었다.

남 대표는 롯데슈퍼의 수익성을 개선하려면 이익을 내지 못하는 점포를 과감히 없애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지난해 3분기 롯데쇼핑의 실적발표회에 직접 나와 2020~2021년 진행한 점포의 과감한 폐점(135곳)을 슈퍼사업부의 성과로 제시했을 정도다.

남 대표가 추진한 강력한 구조조정이 효과를 낸 것도 사실이다.

롯데슈퍼의 영업손실은 2020년 200억 원에서 2021년 50억 원까지 감소했다. 남 대표가 롯데마트를 이끌기 전 영업손실과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를 보면 실적이 다시 악화하는 모양새다.

롯데슈퍼는 상반기에 매출 6820억 원, 영업손실 4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매출은 8.6% 줄었고 적자전환했다.

물론 기업형슈퍼마켓 시장의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에 이를 롯데슈퍼의 부진이라고만 말하기는 어렵다.

GS리테일의 슈퍼사업(GS더프레시)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40.1%나 줄었다. 이마트에브리데이 역시 상반기 영업이익이 2.7% 후퇴했다.

하지만 매출이 감소한 곳은 롯데슈퍼가 유일하다.

GS리테일의 슈퍼사업과 이마트에브리데이의 상반기 매출 상승률은 각각 5.8%와 5.2%다. 경쟁사가 외형을 키우는 상황에서 롯데슈퍼 홀로 매출이 뒷걸음질한 것이다.

남 대표가 추진해온 구조조정이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 하락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상황도 긍정적인 편은 아니다.

경쟁사들은 기업형슈퍼마켓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퀵커머스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롯데슈퍼는 오히려 축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은 GS더프레시를 배달앱 요기요를 활용한 퀵커머스 서비스 요마트의 배송 거점으로 삼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퀵커머스 운영점포 수는 5월까지만 하더라도 41곳에 불과했지만 6월 314곳으로 급격히 늘어난 데 이어 7월에는 324곳까지 확대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 역시 ‘스피드e장보기’라는 서비스를 통해 점포 반경 1.5km 이내에 위치한 곳에는 주문 상품을 1시간 안에 배송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슈퍼는 7월 말부터 계속 퀵커머스 서비스 제공 점포를 축소하고 있다.

이미 서울 서초센터와 잠원점, 프리미엄잠실점의 바로배송 서비스를 중단했으며 8월에도 경기 김포전원점의 바로배송 서비스를 종료했다. 경북 경주점과 인천 문학점의 온라인 당일배송 서비스도 현재 모두 중단한 상황이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조치라는 것이 롯데쇼핑 측 설명이지만 자칫하다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실제로 여러 증권사의 롯데쇼핑 슈퍼사업부 실적 추정치를 보면 올해와 내년에도 롯데슈퍼의 매출 감소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남창희 대표는 롯데쇼핑의 주요 4개 사업부 대표 가운데 유일한 롯데그룹 출신 대표다. 1992년 롯데마트에 입사해 2019년까지 줄곧 롯데마트에서 일하다가 2020년부터 롯데슈퍼를 이끌고 있다.

남 대표를 제외한 롯데쇼핑의 나머지 사업부는 모두 외부 출신 인재들이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롯데슈퍼를 반등시키는 일은 롯데맨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매출 점유율을 높이고 외형 성장하는 방향에서 벗어나 점포 구조조정, 시스템 효율화 등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 이익 구조를 개선하고 있다”며 “머지않아 구조 개선을 통한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