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보는 증권사 시선 왜 갈리나, 실적회복 비슷해도 점유율은 '경고등'

▲ 롯데쇼핑을 바라보는 증권가 시각이 갈리고 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잠실점 모습. <롯데쇼핑>

[비즈니스포스트] 롯데쇼핑을 바라보는 증권사의 시선이 엇갈린다.

실적만 보면 롯데쇼핑이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경쟁력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롯데쇼핑의 미래를 낙관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21일 증권사들이 7월에 낸 롯데쇼핑 분석리포트를 종합하면 롯데쇼핑의 실적회복을 점치는 분위기가 우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하는 곳도 적지 않다.

7월에 롯데쇼핑 리포트를 발간한 증권사는 모두 11곳이다. 이 가운데 7곳은 롯데쇼핑의 투자의견을 매수로 제시하며 앞으로 전망이 밝다고 내다봤다.

이들이 롯데쇼핑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근거는 대체로 실적 반등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21일 롯데쇼핑 목표주가를 기존 10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올리고 투자의견도 기존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했다.

정 연구원은 “롯데쇼핑이 올해 백화점과 아웃렛의 견조한 이익 창출과 리오프닝에 따른 롯데컬처웍스의 반등, 마트의 구조조정 효과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반등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롯데백화점)의 매출 성장률이 1분기 9.4%에 이어 2분기에도 9.8%를 기록하며 선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 마트사업(롯데마트)와 영화관사업(롯데컬처웍스)에서 점차 손실폭을 줄여가고 있다는 점 등을 그 근거로 꼽았다.

정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영업이익 성장세가 상반기 81%, 하반기 101% 등으로 갈수록 가팔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조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해마다 손상차손이 발생해 2017년부터 5년 연속으로 순손실을 냈는데 올해부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백화점 실적이 양호한 가운데 마트와 슈퍼사업의 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SK증권, NH투자증권 등도 롯데쇼핑을 놓고 “턴어라운드가 시작된다” “보수적 전략이 오히려 호재” 등으로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심지어 롯데쇼핑 투자의견을 매수보다 한 단계 아래인 시장수익률(Marketperform)로 제시한 증권사도 롯데쇼핑의 실적개선을 의심하지 않는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 역시 하반기 소비 둔화의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던 대형마트가 점포 재단장 효과로 손익이 개선되고 있고 엔데믹 효과로 롯데컬처웍스의 손익이 빠르게 호전되는 점은 하반기에 비교적 안정적 실적개선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바라봤다.

대형마트업계의 숙원인 의무휴업 제도 폐지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도 롯데쇼핑에 긍정적 요인이다.

윤석열 정부가 우수한 국민제안을 발굴하기 위해 출범한 ‘국민제안 심사위원회’는 20일 우수 제안으로 10개를 추렸는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제안이 이 가운데 포함됐다.

국민제안 심사위원회는 21일부터 31일까지 온라인 투표를 통해 상위 3개 제안을 다시 추리기로 했다. 투표 1일차인 21일 오후 3시 현재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안건은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고 있어 폐지 수순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쇼핑의 여러 사업부 가운데 의무휴업 강제를 받고 있는 사업부는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다. 의무휴업 제도가 폐지된다면 롯데마트만 연간 매출이 4천억 원가량 상승할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쇼핑 보는 증권사 시선 왜 갈리나, 실적회복 비슷해도 점유율은 '경고등'

▲ 롯데쇼핑의 실적 회복에 발목을 잡을 자회사로 증권가들은 롯데하이마트를 지목하고 있다. 사진은 롯데하이마트 잠실점 모습. <롯데하이마트>

하지만 롯데쇼핑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롯데쇼핑의 자회사인 롯데하이마트가 매우 부진한 상태라는 점을 롯데쇼핑의 이익훼손 요인으로 지적하는 곳들이 많다. 롯데하이마트는 1분기 기준으로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실적에 2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롯데하이마트를 놓고 “2분기 영업이익은 107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전에) 전반적 수요 둔화가 나타나고 있어 당분간 실적 부담이 있는 상황으로 외부 요인에 따른 매출 성장에 기대가 없지는 않지만 근본적 기초체력(펀더멘털) 개선을 논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한다”고 봤다.

롯데하이마트는 코로나19 사태로 일어난 보복소비 열풍 덕에 2020~2021년에 실적이 좋았다. 하지만 가전 교체 수요가 대부분 사라지면서 앞으로는 실적 반등이 한동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박종대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롯데하이마트는 에어컨 매출이 회복세에 있지만 냉장고 등 주요 백색가전과 TV 매출이 모두 10% 안팎으로 감소하면서 영업이익의 감소폭이 클 전망이다”며 “코로나19 시기 가전 수요 증가의 높은 베이스 영향도 있지만 리오프닝 이후 결혼 혼수가전, 럭셔리가전 수요가 백화점과 경쟁사로 이동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파악했다.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롯데온의 전망도 부정적이다.

롯데온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총거래액이 15% 안팎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커머스산업 성장률을 상회한 것이지만 여전히 마케팅 확대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단계라는 점에서 손익개선 시기를 논하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것이 증권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무엇보다 롯데쇼핑을 통째로 놓고 봤을 때 백화점과 할인점, 슈퍼, 이커머스 등 주요 4개 사업부뿐 아니라 자회사 롯데하이마트와 롯데컬처웍스 등이 각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고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리스크(유통업계 전반의 위험요인)를 반영해 전방 수요를 보수적으로 전망한다면 대부분의 사업부에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롯데쇼핑의 실적에는 하방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했다.

롯데백화점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기업인 신세계, 현대백화점과 비교할 때 성장률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적개선보다는 점유율 하락에 초점을 맞춰서 기업을 봐야 한다는 의미다.

롯데백화점의 2021년 매출 성장률은 8.8%였다. 신세계 16.4%, 현대백화점 20.2% 등과 비교하면 성장률이 현저하게 낮았다.

삼성증권은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롯데쇼핑의 2022년 매출,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보다 각각 3%, 4% 내린 15조2500억 원, 2067억 원으로 수정했다. 2023년 실적도 매출 15조2600억 원, 영업이익 4206억 원으로 수정했는데 이는 기존 전망치보다 매출은 6%, 영업이익은 25% 낮게 본 것이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