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 총괄대표 겸 롯데제과 대표이사 사장이 식품 계열사의 실적 반등을 위해 다앙한 전략을 마련했다.

이 총괄대표가 이끄는 롯데그룹의 식품 계열사는 롯데칠성음료를 제외하면 대체로 수익성이 부진하다. 호실적을 내고 있는 식품업계 흐름과 대조적이어서 이 대표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롯데 식품사업 갈 길 멀어, 이영구 올해 화두는 수익성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 총괄대표 겸 롯데제과 대표이사 사장.


1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이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준수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롯데그룹 식품계열사들의 성적표는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

롯데제과는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1463억 원, 영업이익 1077억 원을 냈다. 2020년보다 매출은 3.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0% 감소했다.

롯데푸드도 수익성이 악화했다.

롯데푸드는 2021년에 매출 1조6078억 원, 영업이익 385억 원을 냈다. 1년 전보다 매출은 5.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3.6% 줄었다. 

롯데지알에스 역시 흑자전환에 실패한 것으로 파악된다. 깜짝 실적을 낸 롯데칠성음료를 제외하면 롯데그룹 주요 식품 계열사가 모두 수익성에서 후퇴한 것이다. 

롯데그룹 식품 계열사를 총괄하는 이영구 총괄대표의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롯데제과 대표이사를 함께 맡고 있다는 점에서 오리온과의 격차가 커진 것은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창업주 신격호 회장이 롯데그룹을 키울 때 발판이 된 것이 바로 롯데제과다. 그만큼 업계 1위 지위 회복은 그룹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롯데제과는 2019년 오리온을 제치고 제과업계 매출 1위 자리에 올랐지만 2020년에 다시 2위로 밀렸고 2021년에도 이 구도가 유지됐다.

이 총괄대표는 올해 해외에서 롯데제과의 대표 브랜드 제품으로 자리잡은 '초코파이'나 '빼빼로' 등을 강화해 매출을 늘리고 수익성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롯데제과는 그동안 주로 해외 현지에 자리잡은 브랜드 지분을 확보하거나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해왔는데 올해는 다른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이 총괄대표가 기존 대표 브랜드 제품에 힘을 싣겠다는 것은 내실을 챙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소비자 수요가 꾸준하고 널리 알려진 제품을 확대하는 데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제품 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 등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이미 1월 약 340억 원을 투자해 러시아공장에 초코파이 생산라인과 창고 건물의 증축을 마쳤다. 

이 총괄대표는 물론 추가 해외 진출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롯데제과는 9일 공개한 실적발표 자료에서 올해 해외 기업을 추가로 인수합병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총괄대표는 롯데푸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데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이 치열해진 가정간편식(HMR)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롯데푸드는 올해 건강기능식품 제조와 판매를 추진한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서 돈을 벌겠다는 의미다. 롯데푸드는 이를 위해 제조 인증 등의 절차를 밟아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총괄대표는 새 성장동력을 구축하기에 앞서 롯데푸드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작업에 먼저 착수했다.

롯데푸드는 지난해 12월 롯데후레쉬델리카 제1호부터 4호까지 모두 4개의 완전자회사를 새로 설립했다. 이 회사들은 김밥이나 도시락 등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즉석식품류를 생산해 세븐일레븐 등에 공급하고 있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롯데푸드의 델리카사업부를 자회사로 분리해 생산공장별로 독립적 운영이 가능하게 만들었다”며 “생산 품목의 변경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고 생산 전문성을 강화해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괄대표는 외식사업을 담당하는 롯데지알에스의 부진도 털어내야 한다.

특화매장을 통해 메뉴와 브랜드를 재정비하고 매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지알에스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실적 반등을 위해 지난해 12월 롯데리아의 첫 번째 특화매장인 L7홍대점과 엔제리너스의 다섯 번째 특화매장인 대구 수성못 인근의 엔제리너스 아일랜드점을 각각 열었다.

이런 전략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L7홍대점이 출점 한 달여 동안 목표 매출을 초과 달성하고 엔제리너스의 특화매장도 주목도가 높아 인기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지알에스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는 최근 패스트푸드와 커피전문점 시장의 경쟁심화로 매장 수와 매출이 정체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