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세 교촌에프앤비 대표이사 회장이 취임 1년7개월 만에 실적 개선과 상장작업 모두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롯데에서 닦은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소 회장은 롯데슈퍼 대표로 있을 때 원가 절감 유통 전문가로 불렸는데 교촌에프앤비에서도 수익성을 끌어올리며 교촌에프앤비가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늘Who] 코스피 가는 교촌에프엔비, 소진세 '롯데 경륜' 보여주다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대표이사 회장.


6일 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소진세 회장이 창업주가 아닌 전문경영인이면서도 교촌에프앤비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서 프랜차이즈업계에 새로운 기준점을 세우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12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3~4일 진행된 공모주 일반청약 경쟁률이 1318.3대 1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뛰어넘으며 유가증권시장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프랜차이즈기업은 그동안 실적 변동성이 크고 지속성과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 때문에 기업가치가 평가절하돼 왔다.

국내에 상장된 프랜차이즈기업은 MP그룹, 해마로푸드서비스, 디딤 3곳뿐이고 이들은 모두 코스닥에 우회상장했다. 하지만 교촌에프앤비는 유가증권시장에 직상장하게 된다.

교촌에프앤비의 상장 성공에는 소 회장의 체질 개선작업이 뿌리를 두고 있다.

소 회장은 창업주인 권원강 전 교촌에프앤비 회장이 가맹점 상생 논란 등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2019년 4월부터 교촌에프앤비를 이끌고 있다.

당시 소 회장이 40년 동안 몸담은 롯데그룹을 떠난 지 4개월 만에 치킨회사로 경영에 복귀하자 거물급 인사가 의외의 행보를 보였다는 반응이 많았다. 소 회장은 유통업계의 대표적 마당발로 많은 곳에서 영입 제의가 왔을 것으로 추측됐기 때문이다.

소 회장의 영입에는 권 전 회장이 직접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 회장과 권 전 회장은 모두 계성중학교 출신으로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왔다.

소 회장은 1977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롯데슈퍼 대표를 역임하는 등 스스로를 ‘유통의 산증인’으로 표현하는데 특히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것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소 회장은 교촌에프앤비에서도 체질 개선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상장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실적을 통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소 회장은 돼지고기 전문점 ‘숙성72’를 론칭 반년 만에 철수시켰고 2015년 출시한 한식 브랜드 ‘담김쌈’도 없앴다. 커피사업 등을 하기 위해 출범한 자회사 케이씨웨이는 교촌에프앤비에 흡수합병했다.

소 회장은 추진력이 매우 강한 것으로 유명해 롯데그룹에서 ‘불도저’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는데 교촌에프앤비에서도 수익이 나지 않은 사업을 고민 없이 정리했다.

그 결과 교촌에프앤비는 2019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693억 원, 영업이익 394억 원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15% 이상 증가해 연매출 4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규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교촌에프앤비의 기존 사업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경쟁사 대비 높은 점당 매출과 낮은 폐점율로 교촌치킨의 브랜드힘을 증명하고 있다”며 “지난 3년 동안 매출은 연평균 9% 성장했으며 배달비중이 높은 치킨의 특성상 코로나19에도 타격을 받지 않아 올해는 13% 정도 성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외식사업의 과다 경쟁, 프랜차이즈기업이 지닌 한계 등으로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소 회장은 상장으로 확보하는 자금 약 700억 원을 활용해 프랜차이즈기업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볶음밥, 소시지 등 닭고기를 활용한 가정간편식을 개발하고 2021년에는 ‘교촌몰’ 등을 열어 1인가구와 여성소비자를 주요 고객으로 한 건강식품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다.

또 ‘치맥’ 트렌드를 겨냥해 수제맥주 브랜드를 론칭하고 해외매장도 현재 37개에서 2025년 537개로 확대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소 회장은 10월2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교촌에프앤비 상장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상장은 교촌의 비전인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이라는 ‘제2의 성장’에 뜻깊은 이정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