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건설그룹이 계열분리를 마치면서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의 두 아들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과 정원철 시티건설 사장이 독자경영에 들어간다.

이번 계열분리로 중흥건설은 계열사 사이 채무보증 금지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일감 몰아주기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늘Who] 정원주 정원철, 중흥건설그룹 나눠도 일감몰아주기 남아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


14일 중흥건설그룹에 따르면 주력 계열사인 시티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완전한 계열분리와 독립경영을 승인받았다.

정원철 시티건설 사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계열분리 이후 독립적 경영을 바탕으로 고객 삶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데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티건설 관계자는 “시티건설은 2012년부터 사실상 독립적으로 운영돼왔다”며 “이제 공정위로부터 공식적으로 승인받은 만큼 앞으로는 각자의 사업에 충실히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계열분리가 예전부터 꾸준히 진행됐던 사안인지라 공식화된 것 외에 특별히 다른 의미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계열분리와 관련한 속내를 놓고 다른 얘기가 나온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규모 10조 원 이상의 기업집단은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 상호출자 제한 기업에 지정되면 계열사 간 채무보증 금지 등 강도높은 규제를 받게 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중흥건설그룹의 주력계열사 중흥건설은 2018년 12월 기준 2366억 원 규모의 계열사 사이 채무보증을 하고 있다. 2018년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32개 기업집단의 전체 채무보증 규모인 2700억 원에 육박하는 만큼 채무보증이 금지되면 재무구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계열 분리 전 중흥건설그룹은 2018년 5월 기준 9조6천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2016년 7조6천억 원, 2017년 8조4천억 원 등 최근 중흥건설그룹의 급격한 자산 증가세를 생각하면 2019년에는 자산 10조 원을 넘겨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컸다.

이번 계열분리로 중흥건설그룹은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에 지정될 위험에서 벗어나게 됐다. 계열분리 이후 중흥건설그룹과 시티건설 자산은 각각 7조 원, 3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계열분리 이후에도 (빠른 성장속도를 고려할 때) 중흥건설그룹은 곧 자산 규모 10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본다”며 “계열분리와 상호출자 제한 문제는 별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총수 일가 사익편취)’에 관련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오늘Who] 정원주 정원철, 중흥건설그룹 나눠도 일감몰아주기 남아

▲ 정원철 시티건설 사장.


공정위는 자산 5조 원을 넘는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적용한다.

총수 일가의 지분이 20%가 넘는 비상장 계열사나 30% 이상인 상장계열사가 다른 계열사를 상대로 1년 동안 200억 원 이상의 거래를 하거나 최근 3년 동안 연간 매출액의 12% 이상을 매출로 올려서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중흥건설그룹의 주요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중흥토건은 2018년 5월 공시 기준 정원주 사장이 지분 100%를 들고 있다.

중흥토건은 2017년 한 해 매출 1조3천억 원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8300억 원은 계열회사들과 거래에서 나왔다. 전체 매출의 64%가량을 내부거래를 통해 거둔 셈이다.

특히 중흥에스클래스와 거래 규모는 2800억 원 정도로 기준 금액인 200억 원의 14배가 넘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올해부터 중견기업을 향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선 상황인 만큼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2019년 공정위 업무보고에서 “올해는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며 “자산 규모 2~5조 원 사이의 기업집단이 조사대상”이라고 말했다.

중견그룹은 일감 몰아주기의 직접적 규제대상이 아니지만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한 특수관계인을 향한 부당지원 금지규제는 얼마든지 적용받을 수 있다.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는 중흥건설은 물론 중견그룹 규모에 해당하는 시티건설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전망도 건설업계에서 나온다.

시티건설은 정원철 사장이 지분 100%를 지니고 있다. 2018년 5월 공시 기준 전체 매출 6800억 원의 87%가량인 5900억 원을 각 계열회사로부터 올려 일감 몰아주기 기준에 해당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