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일본 롯데그룹과 관계는 가장 ‘약한 고리’로 꼽힌다. 

이 때문인지 한국 롯데지주체제의 안착을 얘기할 때도, 롯데그룹의 ‘국적’을 말할 때도 일본 롯데그룹과 관계는 주요 표적이 된다. 
 
신동빈,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얽힌 실타래 어떻게 풀어낼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호텔롯데 상장계획 외에는 여전히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관계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 상장에 앞서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과 관계를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통화에서 “일본 롯데그룹을 한국 롯데지주체제로 들여오든,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을 분리하든 중장기적으로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관계를 바로세우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런 작업이 이뤄져야 한국 롯데그룹의 안정성을 장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본부장은 “롯데그룹이 종국적으로 롯데지주와 일본 롯데홀딩스의 소유구조를 단순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롯데그룹의 지주사체제 전환은 국내 계열사를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미완성”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2017년 10월 롯데지주를 출범한 뒤 유통 계열사와 화학 계열사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며 지주세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일본 롯데홀딩스 등을 최대주주로 둔 호텔롯데가 지배구조의 상단에 있다는 점에서 미완의 지주사체제 전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그룹은 현재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롯데그룹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것 외에 뚜렷한 방침을 세우지 않았다.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롯데그룹의 영향력을 줄인 뒤 투자부문을 롯데지주와 합병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 롯데그룹의 한국 계열사를 향한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롯데그룹은 기대한다. 

문제는 그렇게 해도 일본 롯데그룹이 호텔롯데를 통해 한국 계열사 지분을 보유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롯데그룹의 안정성이 높아질 수는 있어도 근본적으로 한국 롯데그룹이 일본 롯데그룹의 영향력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관계를 놓고 뚜렷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다. 

신 회장은 2015년 1월24일 왕양 부총리 초청 오찬에 앞서 기자와 만나 “일본 롯데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다. 한국 롯데의 경영만 맡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1년 뒤인 2016년 1월 일본에서 신년사를 발표하며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의 ‘원 톱’으로서 의지를 보였다. 
 
신동빈,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얽힌 실타래 어떻게 풀어낼까

▲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


이전까지 일본 롯데 신년사가 신격호 총괄회장 이름으로 발표된 것과 달리 2016년 신년사는 신 회장이 일본식 이름 ‘시게미쓰 아키오’라는 이름으로 신년사를 발표하고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방침도 제시했다. 

그러나 신 회장이 2018년 8개월 동안 수감돼 있는 사이 신 회장의 일본 롯데그룹 지배력이 약해진 게 아니냐는 의구심은 계속 터져나왔고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도 가시지 않았다.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관계를 정립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말도 나온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처음 출범할 때 일본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끌어다 썼다”며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이 완전히 분리되려면 이런 것을 갚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일본 롯데그룹을 한국 지주사체제로 들여오는 일도 롯데홀딩스 등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 회장에게 보낸 편지에 “동빈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주지 않고 한국 롯데그룹을 신동빈 회장의 책임 아래 독립해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이 서로 간섭하는 일 없는 조직으로 만들자”고 쓰며 이를 가리켜 ‘화해안’이라고 불렀다.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관계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 한 그의 의지에 반대되는 화해안은 계속 나올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