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BU조직을 놓고 어떤 평가를 내릴까?

BU조직은 신 회장이 지주회사인 롯데지주 안착 전에 추진한 새 체제인데 출범 22개월차를 맞은 지금 그룹 경영에 안착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옥상옥 구조로 역할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신동빈, 롯데지주 안착해도 4인 BU장체제 그대로 유지할까

▲ (왼쪽부터)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 부회장, 이재혁 식품BU장 부회장, 이원준 유통BU장 부회장, 송용덕 호텔&서비스 BU장 부회장. 


11일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이 2018년 연말 임원인사에서 BU조직을 놓고 검토에 들어갈 수도 있다.

BU조직은 2017년 2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그룹이 새로 도입한 체제다. 

롯데그룹 계열사 수가 90여 개에 이르는 만큼 관련 계열사들끼리 묶어 BU조직을 만들고 BU조직장이 계열사 사이 조율을 진행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이끌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신 회장은 계열사 사장과 BU장의 위치와 의전 등을 고려해 BU장을 모두 부회장으로 올리면서 BU조직을 그룹 경영에 안착하도록 힘을 실었다. 

송용덕 호텔&서비스 BU장 부회장, 이재혁 식품BU장 부회장, 이원준 유통BU장 부회장은 2017년 BU장에 선임되면서 곧바로 부회장이 됐고 허수영 화학BU장 부회장은 2018년 초 임원인사에서 부회장에 올랐다. 

BU조직은 신 회장이 2018년 2월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그룹 경영에 안착하는 데 탄력을 받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BU조직의 역할과 설정 등 부분이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었다”며 “하지만 신 회장이 경영에 부재한 상황에서 BU조직이 그 빈 자리를 메우면서 조직에 제역할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10월8일 집행유예로 감옥에서 풀려난 지 사흘 만에 출근해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과 각 BU장으로부터 경영현안 등을 보고 받았다. 이에 앞서 옥중에서도 BU장을 만나 지속적으로 경영을 놓고 소통했다. 

4명의 BU장들은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함께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리고 롯데그룹 경영을 내부적으로 챙기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 결과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의사결정이 꼭 필요한 대규모 투자 등을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사업을 진행하고 관리하는 데는 큰 차질을 빚지 않았다.

하지만 신 회장이 돌아와 롯데지주를 통해 직접 경영을 챙기면서 BU조직의 입지가 다시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신 회장은 경영에 복귀한 지 20일도 되기 전에 앞으로 5년 동안 50조 원 투자, 7만 명 고용이라는 목표를 정했다. 

롯데그룹은 유통, 식품, 화학과 건설부문, 관광과 서비스부문 등에 투자를 하고 이를 위해 인수합병 등도 진행하기로 했다. 

이런 목표를 추진하는 데서도 롯데지주와 BU조직의 역할 분담을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그동안 인수합병과 관련해서는 신 회장과 황 부회장이 직접 챙기면서 계열사 사장이 실무를 맡아 진두지휘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눠왔다. 하지만 BU장이 신 회장과 황 부회장, 계열사 사장 등 사이에 개입하면 의사결정체계가 복잡해져 또다시 옥상옥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이나 미니스톱 인수전이 당면한 과제로 꼽힌다. 이런 사안들은 그룹 차원에서 이뤄지는 지배구조 개편과 연관이 있거나 지주사의 자금 지원이 필수적이다.  

지배구조 개편이나 인수합병은 과거 황 부회장과 신 회장이 직접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쥐고 작업해왔던 만큼 BU장의 입지가 축소될 수도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과 지주, BU조직이 협력하는 체제로 각종 현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인수합병은 특히 지주사와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코리아세븐 등이 추진하고 있는 미니스톱 인수건도 지주사와 BU조직, 계열사 사장이 유기적 협력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