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트럼프와 손잡고 반도체산업 판도 바꾸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마사요시 손(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의 트럼프타워에서 만났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글로벌 주요 반도체기업의 지분을 잇따라 매입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IT펀드 조성을 주도해 100조 원이 넘는 투자여력도 추가로 확보했다.

트럼프 정부가 반도체기술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하는 상황에서 소프트뱅크와 협력이 점점 긴밀해지며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반도체업계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25일 “소프트뱅크가 시스템반도체의 리더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지분을 대거 확보했다”며 “신사업분야에서 글로벌 최대 투자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 지분을 약 40억 달러(4조5천억 원) 규모로 매입해 4대주주로 올랐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 반도체분야에서 인텔과 퀄컴 등 경쟁사보다 훨씬 앞선 기술력을 갖춘 1인자로 꼽힌다. 소프트뱅크도 꾸준히 이런 목표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시너지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에 35조 원 정도를 들이며 반도체사업 진출에 공격적인 계획을 제시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펀드에 25% 정도의 지분을 매각했지만 여전히 최대주주다.

애플과 퀄컴, 삼성전자 등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설계기업 대부분은 ARM의 설계기반을 제공받아 라이선스비를 내고 사용한다. 사실상 소프트뱅크가 주도권을 잡게 된 셈이다.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주도해 설립한 IT펀드의 막대한 자금력을 통해 반도체기업 투자를 더 확대하며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에 맞춰 소프트뱅크는 미국정부와 협력강화를 위해 미국 IT기업에 투자를 벌이는 펀드 조성을 주도했는데 최근 930억 달러(104조 원)에 이르는 역사상 최대규모로 성장했다.

소프트뱅크와 평소 협력관계가 깊은 대만 홍하이그룹과 애플, 퀄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등이 이 펀드에 참여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를 대부분 미국 기술전문기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마사요시 손(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만나며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도 동행하는 등 미국정부와 ‘밀월’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한국 반도체기업의 급성장과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 등을 놓고 “반도체는 경제적 측면과 국가 안보에 모두 중요한 기술”이라며 “미국 반도체기업의 성장이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결국 소프트뱅크 주도의 IT펀드 투자가 대부분 미국 반도체기업에 집중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해외 반도체기업을 견제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IT펀드의 자금이 엔비디아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전부터 사우디 정부의 투자를 받아온 반도체 위탁생산기업 글로벌파운드리도 투자를 받기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손정의, 트럼프와 손잡고 반도체산업 판도 바꾸나  
▲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영국 ARM의 반도체 설계기술.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도 최근 트럼프를 직접 만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다 손 회장과 깊은 친분이 있어 이득을 볼 수 있다. 홍하이그룹은 최근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를 위해 트럼프와 소프트뱅크에 모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친분이 있어 최근 도시바 반도체 인수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소프트뱅크가 IT펀드를 조성하거나 반도체에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소통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경쟁사로 꼽히는 홍하이그룹과 애플 등에 협력이 더 강화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소프트뱅크는 IT펀드를 통해 기존보다 훨씬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됐다”며 “트럼프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최우선순위로 삼고 적극적인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