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사외이사진 '셀프 연임에 청탁비리 의혹'도, 국민연금도 전면 쇄신 압박

▲ KT 사외이사들이 셀프 연임, 겸직 논란에 이어 인사·투자 청탁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회사 안팎에서 이사진 전면 쇄신과 사퇴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영섭 KT 사장, 김성철 고려대 교수, 조승아 서울대 교수(사퇴), (뒷줄 왼쪽부터) 이승훈 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 이사, 윤종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근고문, 김용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곽우영 전 현대차 차량 IT개발센터 센터장, 최양희 한림대 총장,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 등 9명의 현 KT 이사회 구성원. < KT >

[비즈니스포스트] KT 사외이사의 셀프 연임, 겸직 논란에 이어 최근 인사 청탁과 특정 기업 투자 압력 의혹까지 불거지며 KT 안팎에서 사외이사진 전면 쇄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KT 노동조합을 비롯해 2대 주주인 국민연금까지 이사회 운영과 사외이사 비위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이번 논란이 실제 사외이사진 교체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8일 통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KT 이사회는 오는 2월9일 이승훈 사외이사와 관련된 인사 및 투자 청탁 의혹에 대한 사전 설명회를 연다.

이 자리는 KT 컴플라이언스위원회가 이사회에 이승훈 이사와 관련한 제보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다.

이승훈 이사는 KT 내부 요직에 대한 인사 청탁과 독일 위성통신 업체 리바다에 대한 투자를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논란에 중심에 서 있는 이승훈 이사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출신으로 현재 한국투자공사(KIC) 운영위원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04년 3월 SK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3팀장 겸 IR 임원으로 영입돼, 이듬해 소버린자산운용의 SK 경영권 공격에 맞서 주주총회에서 최태원 회장의 이사 선임안 찬성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2023년 KT 사외이사로 처음 선임됐으며, 지난해 3월 임기가 만료된 3명의 사외이사의 셀프 연임으로 임기를 2028년까지 3년 더 연장했다.

이승훈 이사는 재무와 경영 역량을 갖춘 행동주의 투자자 출신으로 주주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사외이사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번 청탁 의혹이 불거지면서 전문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의혹 제기는 KT 사외이사진 전반에 대한 쇄신 요구에 기름을 붓고 있다. 

KT 사외이사진은 해킹 사고와 관련해 김영섭 현 사장이 공식 사과와 연임 도전 포기 등을 밝힌 것과 달리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지난해 사외이사 3명의 셀프 연임 논란과 사외이사 겸직으로 도마에 오른 조승아 이사 문제까지 겹치면서 사외이사진 전면 쇄신 필요성이 그간 계속 제기돼왔다.

KT 1노조인 KT 노동조합과 2노조인 KT 새노조는 문제를 일으킨 사외이사의 즉각 사퇴를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KT 노조 측은 “사외이사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책임감이 기본이기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선 사외이사는 이미 그 자격을 상실한 것이나 진배없다”며 “경영 안정성을 훼손하는 일부 이사회 인사의 사퇴를 포함한 책임 있는 모습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KT 새노조 측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자격 이사, 사익 이사, 청탁 비리 이사로 점철된 현 이사회는 KT의 미래를 논할 자격이 없다”며 “이사회는 이번 사태와 KT를 위기에 빠뜨린 책임을 지고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외이사진 쇄신 요구는 내부를 넘어 외부로 확산되고 있다. 

KT 지분 7.54%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은 그동안 KT와 같은 소유 분산기업의 합리적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수탁자 책임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최근 국민연금 측은 KT 이사회를 직접 찾아 조승아 이사 겸직 문제와 함께 대표이사의 인사·조직 권한을 제한하도록 개정된 이사회 규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12월16일 국민연금공단 업무보고 자리에서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며 “원시적이고 후진적 경영 행태를 보이는 곳은 확실히 통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KT 사외이사진 '셀프 연임에 청탁비리 의혹'도, 국민연금도 전면 쇄신 압박

▲ KT 사외이사진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난과 책임론이 확산하면서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며, 현 사외이사진 교체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주문 속에서 국민연금이 현재 사외이사 3명에 대한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 KT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며, 사외이사진 구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2023년 국민연금은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사외이사 3명의 임기 연장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며 의결권을 행사했다.

당시 국민연금공단은 표현명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 입장을 밝혔고, 강충구·여은정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중립’ 의견을 냈다. 이같은 입장 표명이 전해지자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이사가 잇따라 사퇴했다.

KT에서 임원으로 일했던 한영도 지속경영연구원장(전 상명대 교수)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국민연금이 이사회와 직접 소통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 일”이라며 “시장과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전후로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