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대인 삼천당제약 회장(왼쪽 다섯 번째)과 아들인 윤희제 인산엠티에스 대표(왼쪽 두 번째)가 2024년 8월23일 열린 자회사 옵투스제약 제2공장 착공식에서 첫삽을 뜨고 있다. <옵투스제약>
소화는 윤대인 회장이 1979년 설립한 의료용품 제조·판매 업체다. 인산엠티에스는 1999년 설립된 의료기기 유통기업으로, 윤 회장의 아들인 윤희제 대표가 2000년대 초반 지분 100%를 소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인산엠티에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인산엠티에스는 원래 소화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다가 2007년 당시 한농티에스(11%), 김정욱씨(11%), 송휘국씨(6%)가 들고 있던 지분을 모두 넘겨받아 소화의 2대주주(28%)로 등극한다. 나머지 72%는 윤대인 회장 소유였다.
이후 소화 지분율은 17년간 윤대인 72.22%, 인산엠티에스 27.78%로 유지되다가 2024년 변화한다. 바로 윤 회장의 지분율이 56.52%로 줄어들고 인산엠티에스의 지분율은 43.48%로 늘어난 것이다. 당시 소화 쪽은 불균등 유상감자를 통해 윤 회장과 인산엠티에스의 지분율 변동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불균등 유상감자는 전체 주주가 아닌 일부 주주만 참여하는 유상감자를 말한다. 윤 회장은 불균등 유상감자를 통해 윤 대표의 지배력을 더욱 키워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표가 인산엠티에스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소화의 지분을 늘리며 삼천당제약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는 과정은 아버지인 윤 회장과 한림대학교의료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가능했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은 윤 회장 가족이 소유한 일송학원 소속이다. 윤 회장의 형은 윤대원 전 일송학원 이사장이다.
◆ 인산엠티에스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역사
원래 한림대학교의료원의 일감 몰아주기 대상은 윤대인 회장이 설립한 소화였다. 소화는 한림대학교의료원 산하 병원인 성심병원, 춘천성심병원, 한강성심병원, 강남성심병원, 동탄성심병원, 강동성심병원 등에 의약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며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했다.
그런데 2012년 약사법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림대학교의료원은 소화와 직접 거래를 중단했다. 당시 시행된 개정 약사법은 도매업체의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2촌 이내의 관계에 있는 의료기관·약국 개설자에게 의약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윤 회장은 소화 지분 72.22%를 들고 있었다.
그러자 윤 회장은 아들이 소유한 인산엠티에스를 대신 등판시켰다. 인산엠티에스는 삼천당제약에서 의약품을 공급받아 한림대학교의료원 산하 병원들에 납품해 매출을 올렸다. 인산엠티에스의 소유주인 윤희제 대표는 당시 윤대원 일송학원 이사장과 3촌 관계였다.
이는 ‘삼천당제약→소화→한림대학교의료원’의 납품구조가 ‘삼천당제약→인산엠티에스→한림대학교의료원’으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후 인산엠티에스는 특수관계자 내부거래를 통해 크게 성장했다. 예컨대 2013년 인산엠티에스의 매출액 1524억 원 중 한림대학교의료원 등 특수관계자에 대한 매출액은 60.9%에 해당하는 929억 원에 달했다.
이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줄어들기는 했지만 인산엠티에스는 2020년 이후에도 여전히 15% 내외의 내부거래 비중을 보여 왔다. 다만 2024년에는 총 매출액 2666억 원 중 260억 원이 내부거래로 기록되면서 그 비중이 약 9.77%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인산엠티에스는 2천억 원대 후반의 매출액과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알짜기업으로 성장했다. 2024년 인산엠티에스는 매출액 2666억 원, 영업이익 37억 원, 당기순이익 134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2024년 말 기준 자산총액은 1792억 원이다.
이 같은 인산엠티에스의 성장 과정은 모두 윤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이뤄졌다. 실제로 윤 대표가 인산엠티에스의 사내이사에 오른 것은 비교적 최근인 2024년이다. 소화 지분 승계의 필요성이 무르익은 시점에 이르러서야 경영에 직접 관여하게 된 것이다.
윤 대표는 인산엠티에스로부터 높은 수준의 배당도 받고 있다. 2020년 8억3400만 원, 2021년 4억2천만 원, 2022년 6억 원, 2023년 6억 원의 배당을 각각 받았다.
윤 대표는 소화에서 지급한 배당도 상당히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소화는 2020년 31억 원, 2021년 1억3천만 원, 2022년과 2023년 각 2억3400만 원의 배당을 지급했다.
요컨대 윤대인 회장은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제약-유통-병원’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를 활용해 부의 대물림과 승계를 도모해 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