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들어 네이버 주식을 대거 매수한 국내 개인투자자(개미)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네이버가 올해 1분기 호실적을 내면서 단단한 펀더멘털을 입증했음에도 '왜(倭)풍'이라는 외풍을 맞으면서 좀처럼 주가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는 ‘왜풍’에 시름, 일본 야욕에 개미 '진퇴양난'

▲ 일본 정부가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해 오면서 주가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4일 네이버 주가는 전날보다 0.05%(100원) 오르는 데 그치며 18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네이버 주가는 3일 역대급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3일 네이버 주가는 전날보다 3.07% 상승한 19만4600원에 마감하면서 약 한 달만에 19만 원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7일(0.10%), 8일(-2.00%), 9일(-1.36%), 10일(0.16%), 13일(-2.28%) 등을 거치면서 다시 18만 원대로 주저 앉았다.

그 결과 네이버는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도 10위에서 11위로 밀려났다.

네이버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5261억 원, 영업이익 4393억 원을 냈다. 특히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33% 가량 증가하면서 분기 기준 역대 최고기록을 새로 쓰는 동시에 시장 전망치(3895억 원)도 13%가량 웃돌았다.

이처럼 깜짝 실적을 냈음에도 네이버 주가가 부진한 이유로는 일본정부의 '라인야후 지분 압박'이 꼽힌다.

라인야후는 ‘라인’이라는 메신저앱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라인이 대세 메신저앱으로 통하며 이는 동남아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라인야후는 이를 바탕으로 막대한 콘텐츠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라인야후는 ‘A홀딩스’라는 지주사가 경영권을 갖고 있는데 A홀딩스의 지분은 네이버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각각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현재 네이버의 A홀딩스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넘기라고 압박하고 있다. 

라인의 향후 잠재력을 고려할 때 일본정부가 네이버에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네이버의 부진한 주가 흐름에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네이버 소액주주 수는 95만4157만 명으로 거의 100만 명에 이른다.

게다가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일본과 갈등이 불거지기 전인 4월 말까지 네이버 주식을 1조6621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네이버 주식을 각각 9509억 원과 8972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실적 확대 기대감이 개인투자자의 순매수를 이끈 것으로 분석되는데 정작 1분기 호실적 발표 이후 일본 이슈가 불거지며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는 ‘왜풍’에 시름, 일본 야욕에 개미 '진퇴양난'

▲ 소프트뱅크그룹이 라인야후의 경영권을 독차지하면 네이버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전문가들은 향후 네이버 주가에 엇갈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신은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네이버 주가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와의 경쟁 및 일본 라인야후 관련 우려로 횡보중이나 충분히 바닥을 다지고 있어 장기 관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고 바라봤다.

반면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라인야후 지분 전량 매각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내년도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 15~20% 하향이 이어질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라인을 기반으로 한 일본 및 동남아로의 글로벌 확장 스토리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고 매각 대금을 이용한 글로벌 인수합병 가능성은 높아지겠지만 이것만으로 재평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