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도 여성 사외이사 바람, HDC현산·롯데건설 유리천장도 깨질까

▲ 건설사에도 여성 사외이사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으로 이사회가 구성된 곳도 많다. 올해 3월 주총에서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전형적 ‘남초’ 집단 건설사에도 최근 2~3년 사이 여성 사외이사가 늘어났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경영의 핵심가치로 떠오르고 지난해 ‘여성 할당제’를 규정한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건설사들이 여성 이사 영입에 나선 결과다.
 
현재 10대 건설사 가운데 7곳이 이사회에 여성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다만 HDC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 포스코건설은 여전히 이사회 전원이 남성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는 변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14일 HDC현대산업개발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4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최규연 이사가 올해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최 이사는 2017년 현대산업개발 시절 사외이사로 처음 선임된 뒤 2020년 3월 다시 3년 임기로 재선임됐다. 사외이사 임기 상한선인 6년을 다 채운 만큼 이번에는 교체가 불가피하다.

업계 안팎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최 이사의 후임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물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이내 상장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 이후에도 여성 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8월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 제165조의20에서는 자산총액이 2조 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별로 구성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여성 할당제’로 불린 이 규정은 앞서 2020년 개정된 뒤 2년의 유예기간이 있었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은 2022년 3월 기존 사외이사 임기 만료로 빈 자리가 나왔을 때도 기존 남성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건설사도 여성 사외이사 바람, HDC현산·롯데건설 유리천장도 깨질까

▲ HDC현대산업개발이 2023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할 지 시선이 집중된다. 사진은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내부. 


HDC현대산업개발은 2022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인재중심경영부문에서 ‘여성인재 채용’과 관련된 내용을 따로 다루면서 성비 불균형 해소 노력을 소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2013년 건설사 최초로 여성 현장소장을 임명했고 2019년에는 처음으로 여성 임원도 나왔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 임원현황에 따르면 박정화 건설기획팀장 상무가 임원으로 올라있다. 

삼성물산,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은 2022년 9월 등기임원 기준 사외이사를 제외한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고 DL이앤씨, 대우건설도 사외이사를 제외하면 여성 임원은 1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적 성비 불균형 문제에서 HDC현대산업개발만 크게 뒤처진다고는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여전히 기업의 중대한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구성에서 ‘남초’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 점은 아쉽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더군다나 자본시장법이 시행됐는데도 법 규정에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처벌규정은 없지만 기업의 거버넌스 측면에서 점수가 깎일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2년 한국ESG기준원에서 ESG경영 통합등급 ‘C’를 받았다. 2021년 B등급에서 한 단계 내려갔다. ESG 요소 가운데 E(환경)부문 등급이 2021년 B에서 2022년 D로 낮아진 점이 크게 작용했지만 G(거버넌스)부문 역시 B+에서 B로 내려앉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여성 관리자(팀장급 이상) 수도 2019년부터 2021년까지 7명, 5% 안팎에 머물러있다. 여성 임직원 비율은 13.5% 수준이다.
 
 비상장사이긴 하지만 롯데건설과 포스코건설도 이사회 성비 불균형에 관한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롯데건설 이사회는 현재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과 석희철 롯데건설 CM사업본부장, 이부용 롯데건설 주택사업본부장 등 사내이사 3명과 김호원 전 부산대 산학협력단 석좌교수,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등 사외이사 2명, 정호석 전 롯데물산 경영전략부문장 등 감사위원 1명으로 구성돼 있다.
 
건설사도 여성 사외이사 바람, HDC현산·롯데건설 유리천장도 깨질까

▲ 롯데건설도 이사회 성비 균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롯데건설은 이사회 이사 전원이 남성일뿐 아니라 여성 임원도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처음 나왔다. 이정민 상무보가 2022년 12월 승진하면서 롯데건설 첫 여성 임원이 됐다.

롯데건설은 여성 임직원 비율, 여성 관리자 비율 등 부분에서도 모두 HDC현대산업개발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21년 기준 롯데건설 여성 임직원 비율은 9.6%로 10%가 되지 않고 과장부터 수석까지 해당하는 관리자 직급의 여성 비율은 1.7%에 그친다.

롯데건설은 현재 사외이사 2명이 모두 임기가 아직 1년 남아있어 여성 사외이사 합류는 아직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건설은 아예 사외이사를 두지 않고 있고 이사회와 등기임원 명단 모두에서 여성을 찾아볼 수 없다.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포스코건설을 제외한 10대 건설사 7곳은 여성 사외이사로 구색을 갖추고 있다.

삼성물산이 2020년 제니스리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을 영입한 데 이어 2021년 GS건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이사회에도 여성 사외이사가 합류했다. 

2022년 8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대우건설과 DL이앤씨도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12월 기업공개(IPO) 준비에 맞춰 이사회를 새롭게 구성하면서 이미라 전 GE코리아 인사총괄 전무를 신규선임해 지배구조 다양성을 강화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