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K-배터리 떠받치는 K-동박, 세계1위 SK넥실리스 정읍공장을 가다

▲ SKC 동박 계열사 SK넥실리스 관계자들이 정읍공장에서 생산한 동박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0년 동박사업을 인수한 SKC는 SK넥실리스를 통해 2025년까지 연간 동박생산능력 25만2천 톤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 SKC >

[비즈니스포스트] “SK넥실리스가 생산하는 동박의 95%가 글로벌 '톱(Top)5' 배터리기업의 물량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3사뿐 아니라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등 글로벌 최상위 시장 점유율을 보유한 배터리기업에 모두 동박을 공급하고 있다는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이사 사장의 말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11일 방문한 전북 정읍의 SKC 동박 계열사 SK넥실리스 정읍 5공장에는 수십 대의 커다란 제박기가 구리용해액 속 구리를 전기분해해 얇은 구리막(동박)을 만들고 있었다.

전기자동차나 정보통신(IT) 기기용 리튬이온배터리에 탑재되는 동박은 두께 1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안팎의 얇은 구리로 흑연, 실리콘 등 음극재의 지지체와 집전체 역할을 하는 핵심 소재다

제박기는 전류를 가한 드럼통이 돌아가면서 구리 용해액을 구리막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 공장의 제박기는 3공장보다 더 큰 드럼과 더 높은 전류를 사용해 더 높은 동박 생산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제박기에서는 3박4일 동안 최대 77km 길이의 동박을 1.4미터 폭으로 생산해낸다. 완성된 동박 롤은 하나에 무려 6톤에 달한다고 했다.

사람은 눈에 띠지 않고 수십 대의 제박기가 동박을 일사분란하게 생산하고 있었지만 금속소재를 가공하는 공장이라고 보기에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동박 제조 공정은 크게 △용해 △제박 △슬리팅 △검사 및 출하 공정으로 구성된다.

용해 공정에서는 원재료 구리를 녹여 도금액을 제조하고 제박 공정에서는 구리 이온을 대형 티타늄 드럼에 전착시켜 동박을 만든다. 슬리팅 공정에서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폭으로 동박 롤을 만들고 검사 및 출하 공정에서는 품질검사와 포장을 거친다.

SK넥실리스 정읍 5공장 제박 공정에서 수십 대의 제박기를 통제하는 인원은 한 번에 3명밖에 되지 않았다.

정읍 1~6공장은 2곳의 컨트롤센터(제어실)를 통해 모든 공정이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 필요한 인력이 적은 것이다.

용해 공정, 슬리팅 공정, 검사 및 출사 공정에도 많은 인력이 공장 내부에 상주하고 있지 않았다.

더 눈에 띈 것은 6톤에 이르는 동박을 옮기는 천장의 자동 크레인과 바닥의 무인운반차(AGVE)였다.

컨트롤센터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 크레인과 무인운반차가 정확하게 움직여 6톤짜리 동박 롤을 슬리팅 공정으로 옮겼다. 슬리팅 공정을 마친 동박 롤이 검사 및 출사 공정으로 옮겨지는 것 역시 크레인과 무인운반차를 통해 자동으로 이뤄졌다.

다만 용해 공정에서 폐구리선을 거대한 용해 용기에 집어넣는 일이나 마지막 동박 포장 일부 과정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다. 이 과정들도 SK넥실리스는 전면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 K-배터리 떠받치는 K-동박, 세계1위 SK넥실리스 정읍공장을 가다

▲ SKC 동박 계열사 SK넥실리스 관계자들이 정읍공장에서 생산한 동박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0년 동박사업을 인수한 SKC는 SK넥실리스를 통해 2025년까지 연간 동박생산능력 25만2천 톤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 SKC >

정읍공장에 갖춰둔 것과 같은 자동화 설비를 앞세워 SK넥실리스는 세계 동박 1위 기업이 될 수 있었다.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SKC가 2020년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가 보유한 KCFT를 인수해 출범한 SK넥실리스는 지난해 글로벌 동박 시장 점유율 22%로 1위를 차지했다.

이날 현장 설명을 맡은 SK넥실리스 관계자는 “이미 앞서 있던 기술력과 함께 자동화를 통해 동박 업계에서 따라잡을 수 없는 생산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SK넥실리스는 공정 자동화가 인력 배치에서 연구개발(R&D)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이재홍 사장은 “SK넥실리스는 대규모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근간은 ‘기술기업’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읍공장은 해외 생산기지 확보를 위한 테스트베드(실증설비)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정읍공장에는 6개 동박 공장이 있는데 1996년부터 2017년 사이 1~3공장이 지어진 반면 4~6공장은 차례로 2020년, 2021년, 2022년 완공했다.

3년 만에 3개 공장을 완공해 양산에 성공한 빠른 증설 노하우를 해외에 그대로 이식하겠다는 것이다.

SK넥실리스는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연산 5만 톤 규모, 올해 6월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에도 연산 5만 톤 규모의 동박 공장을 착공했다.

여기에 올해 안에 미국이나 캐나다 등 북미 투자 지역을 확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 4곳의 후보 부지를 압축해 마지막 검토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산 5만 톤 규모로 계획되고 있다.

SK넥실리스는 현재 정읍 1~6공장에서만 매년 5만2천 톤의 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폴란드, 북미 각각 5만 톤씩과 함께 향후 해외에 5만 톤을 더 추가해 2025년까지 모두 25만2천 톤의 연간 동박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넥실리스 관계자는 “정읍 4~6공장의 빠른 증설과 양산을 통해 이미 증설 쪽에서 확실한 역량을 보유했다”며 “앞으로 3년 동안 해외 곳곳에 대규모 증설을 예정하고 있는데 많은 노하우가 쌓인 만큼 부담이 크지 않으며 오히려 더 빠르면서도 개선한 시설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