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하고 고객이 생각하도록 만들겠다.”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는 소프트뱅크로부터 20억 달러를 투자받기로 계약을 맺었다고 21일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Who] 김범석, 쿠팡 ‘2조 실탄’으로 신선식품 놓고 큰 판 벌이나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


의식주야 말로 인간 생존의 3대 요소인 만큼 쿠팡이 온라인 식품시장까지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가 소프트뱅크로부터 확보한 20억 달러를 신선식품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데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모회사인 미국법인 쿠팡엘엘씨를 통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를 투자받는다. 

김 대표는 로켓프레시에 최근 힘을 쏟고 있다. 

로켓프레시는 우유, 달걀, 과일, 정육, 수산물 등 신선식품을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 이전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쿠팡은 올해 7월까지만 해도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서울 서초구 일대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로켓프레시 서비스 지역을 서울, 인천, 경기도 대부분으로 확대했다. 

김 대표가 이번에 투자받은 20억 달러를 신선식품 전용 물류센터를 확대하는 데 집중적으로 쓸 수도 있다. 

쿠팡은 현재 축구장 151개 넓이에 이르는 물류센터를 전국에 구축해두고 있는데 2019년까지 물류센터 규모를 이보다 2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계획에 신선식품 전용 물류센터가 대거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신선식품 물류센터는 특히 막대한 규모의 설비 투자비용이 든다. 

쿠팡 관계자는 “로켓프레시를 운영하기 위해 신선식품 전용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신선식품 전용 물류센터를 임대한 것인지, 부지를 매입한 것인지 등은 공개할 수 없지만 쿠팡만의 자체적 기술을 활용해 물류센터 설비, 인프라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국내 e커머스시장(전자상거래시장)은 현재 신선식품 분야를 중심으로 경쟁의 축이 옮겨가고 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온라인시장에서 차별화하려면 포털사이트의 가격 검색에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에서 경쟁력과 점유율을 확보해야 하며 빠른 배송 서비스와 독자적 제품,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며 신선식품분야를 지목했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쇼핑할 때 일반적으로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를 통해 가격을 검색한다. 공산품은 아무리 독자적 제품이라 하더라도 차별화하기가 어려운 만큼 소비자들은 가격이 더 저렴한 곳을 찾기 마련이고 결국 온라인 유통회사들은 출혈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반면 신선식품은 네이버 가격 검색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는 만큼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품목이라고 김 연구원은 바라봤다. 여기에 빠른 배송 서비스 등을 결합하면 e커머스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Who] 김범석, 쿠팡 ‘2조 실탄’으로 신선식품 놓고 큰 판 벌이나

▲ 쿠팡 로켓프레시 이미지.


김 연구원에 따르면 쿠팡은 그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 e커머스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고전하고 있다.

신선식품사업은 쿠팡이 이런 어려움을 넘어서는 돌파구가 되어줄 수도 있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도 e커머스시장에서 신선식품에 초점을 맞춰 사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신세계그룹의 기세가 매섭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와 이마트의 온라인사업부를 분할해 독립법인을 세우고 이 곳에 외국 사모펀드 운용사로부터 유치한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10월31일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경쟁우위에 올라 있는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신세계그룹이 외국 사모펀드 운용사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투자받을 수 있었던 것도 신선식품의 온라인사업 경쟁력이 돋보였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롯데그룹도 유통부문에서 온라인사업 역량을 업계 1위로 끌어올리겠다며 향후 5년 동안 유통부문에만 12조5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올해 5월 유통계열사 8곳의 온라인몰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2022년까지 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투자규모가 이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가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등 국내 ‘유통 공룡’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신선식품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