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직 부장판사가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소통과 타협'을 공개 촉구했다. 법원 판결이 성역으로 남을 수 없다는 지적까지 내놨다. 

송승용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16일 밤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대법원장께 건의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대법원장은 법리와 판례를 가지고 전원합의체를 이끌지만 사법행정의 영역에서는 정책적 결단을 하기도 하고 지금처럼 입법부와 충돌이나 갈등이 있는 경우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소통과 타협을 거쳐 정치적 해법을 찾는 일을 마다해서는 안 된다"며 "현 상황의 타개를 위해 대법원장님께 최소한 두 가지의 필요조건을 건의 드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현직 부장판사 조희대 대법원장에 '소통과 타협' 촉구, "이재명 파기환송심 유감 표현해야"

▲ 조희대 대법원장이 18일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 부장판사는 먼저 지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한 이야기를 꺼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례적인 속도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송 부장판사는"지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한 유감을 표시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판결에 관한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 부장판사는 "저 같은 일개 판사가 하는 하급심 판결이든 대법원의 권위 있는 전원합의체 판결이든 선고되고 나면 시민사회 영역의 공공재가 되어 그 내용과 절차, 과정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비판과 평가의 대상이 된다. 어떠한 경우라도 법원의 판결이 성역으로 남을 수는 없다"며 "법조계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하여 응분의 우려와 의심을 하였다면 비록 대법원의 입장에서는 수긍하기 어려울지라도 그러한 우려와 의심을 해소해 주어야 할 적극적인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송 부장판사는 내란사건 재판장의 윤리감사 결과를 조속히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맡은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해 8월 유흥주점에서 법조계 관계자에게 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귀연 부장판사가 내란 재판을 지연하고 있다고 의심하면서 내란전담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에 설치해야 한다고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다.

송 부장판사는 "재판장에 대한 의혹 제기가 이른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논의를 촉발한 계기가 되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사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나 국민의 알권리를 감안하면 마땅히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윤리감사 근거 없는 음해나 단순한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라면 오히려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한 입법 추진은 그 명분을 잃게 될 것"이라면서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즉각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사법부와 해당 재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송 부장판사는 이 두 가지 조건을 꼭 해결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두 가지 조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엄혹한 시절을 거치면서도 사법부 구성원들이 지켜온 사법권의 독립은 걷잡을 수 없이 훼손되고 사법부의 헌신적인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법관들의 자긍심은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될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권한이 있는 게 아니라 사법권의 독립을 지켜야 할 사명과 책무가 있다는 점을 깊이 유념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