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챗GPT 의존 낮춰 '멀티 AI 모델'로 변화, '원 툴'구글 아마존과 차별화

▲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겸 CEO가 2023년 9월21일 미국 뉴욕 에섹스 크로싱에서 열린 신제품 공개 행사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챗GPT에만 의존하던 인공지능(AI) 사업 전략에서 벗어나 '멀티 AI 모델'을 생산성 도구인 코파일럿에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MS는 자체 모델만 사용하는 구글과 아마존을 비롯한 클라우드 경쟁사와 차별점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로이터는 상황을 잘 아는 취재원 발언을 인용해 “MS가 코파일럿에 자체 제작 모델을 추가해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MS는 고객사에 제공하는 생산성 도구인 코파일럿을 오픈AI가 개발한 인공지능 서비스 챗GPT에 기반해서 운용해 왔다. 

2019년부터 오픈AI에 130억 달러(약 18조8912억 원)를 누적 투자해 맺은 파트너십을 인공지능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MS의 챗GPT 의존도가 너무 커져 이를 낮추는 대신 자체 모델을 더해 인공지능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MS는 자체 모델뿐 아니라 외부 인공지능 모델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 인공지능 모델이 운영비는 비싼 반면 속도는 늦다는 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 변화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MS 자체 제작 인공지능 모델은 이와 반대로 ‘가볍고 빠른’ 활용성을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 모델과 챗GPT 두 가지를 동시에 활용하면 여러 고객층과 상황별로 맞춰 인공지능 관련 사업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는 취재원 발언을 인용해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 고객이 비용과 속도 관련 우려를 보여 코파일럿의 챗GPT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고 보도했다. 

구글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이 자체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을 앞세우며 시장 선점 및 기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가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은 각각 자체 인공지능 모델 ‘제미나이’와 ‘큐’를 기업용으로 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도 나름의 성과를 내고는 있지만 아직 뚜렷한 장점은 부각되지 않았다.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가 올해 8월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조사 대상 152곳 기술 기업 가운데 코파일럿을 대규모로 배포해 사용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6%에 불과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에 의존한다는 약점을 에둘러 지적하는 경쟁사도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구글 모기업) 최고경영자(CEO)는 4일 딜북 서밋에 참석해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른 기업(오픈AI)의 인공지능 모델을 사용한다”고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 모델과 오픈AI 챗GPT를 모두 활용하는 ‘투트랙’ 서비스 형태를 갖추면 확실한 차별화한 잠재력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MS 챗GPT 의존 낮춰 '멀티 AI 모델'로 변화, '원 툴'구글 아마존과 차별화

▲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2023년 6월9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K-스타트업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 의존도를 낮춰 자체 인공지능 모델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활용하면 오픈AI와 같은 외부 파트너에게 E들어가는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더욱 효율적인 자원 활용과 비용 통제력을 가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를 통해 기업 고객에게 더 낮은 가격으로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여 채택률을 높이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

더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멀티 인공지능 모델 연산을 뒷받침할 반도체 인프라 투자도 늘리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호퍼를 48만5천 개 사들였다. 구글이나 아마존이 구입한 물량의 2배 이상이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가 멀티 인공지능 모델 전략을 본격화하면 강력한 인프라에 힘입어 경쟁사에 우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가 비용 효율성 등 측면에서 효과를 본다 해도 오픈AI와 협력이 약화될 가능성은 변수로 꼽힌다. 

애초 오픈AI에 상당한 투자를 단행했는데 인공지능 새 모델까지 활용하려면 이중 투자 부담이 약점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공지능 개발사인 인플렉션의 전문가 대부분을 영입하는 작업에 올해 6억5천만 달러(약 9472억 원)나 투입했던 사례가 있다. 

뉴욕타임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외부 인공지능 인력을 영입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놓고 “오픈AI 임직원 일부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