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워싱턴D.C. 하얏트리젠시 호텔에서 열린 공화당 의원들과 콘퍼런스에 참석해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미자동차노조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이 미국 전기차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해 대선 과정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내년 출범할 트럼프 정부에서 전미자동차노조의 영향력 확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미국 현지 투자를 늘리는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의 노조 관련 리스크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현지시각) 전미자동차노조는 SK온과 포드의 배터리 합작사 블루오벌SK 켄터키주 공장에서 노동자 과반이 노조 설립에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친노조 정책을 적극적으로 앞세우던 바이든 정부 당시 장기 파업을 활용해 GM과 포드 그리고 스텔란티스 일명 ‘빅3’ 자동차 기업과 임금협상을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진행했다.
이런 분위기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미국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배터리 합작사인 얼티엄셀즈 공장 2곳에는 이미 노조가 설립됐다.
현대차와 기아 미국 현지 공장도 전미자동차노조의 대표교섭 지위 확보에 다음 대상으로 지목된 만큼 노사관계가 불안한 처지에 놓였다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강성 노조로 분류되는 전미자동차노조의 세력 약화되면 현지 투자를 늘리는 한국 기업에 오히려 긍정적 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인플레이션방지법(IRA)에 따라 전기차와 배터리에 지급되는 세액공제(보조금)을 철폐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미국 현지 투자를 늘리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한국 배터리 3사의 사업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현지 노사 관계 리스크는 오히려 줄어들 공산이 커진 셈이다.
▲ 14일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블루오벌SK 공장에 노동자들이 모여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블루오벌SK >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차기 정부는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가 고용주에게 노조를 인정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비롯한 친노조 정책을 뒤집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에서 노조 결성을 감독하는 기관인 NLRB는 모두 5명 위원 가운데 현재 1명이 공석이며 내년 임기만료를 앞둔 위원도 2명이나 된다.
트럼프 2기 정부가 NLRB 위원 교체를 통해 바이든 정부에서 정립한 노사관계 정책을 뒤집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 유세 당시 미국 ‘블루칼라’ 노동자들에 지지를 받으며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그런 만큼 트럼프 2기 정부 노동 정책에서는 노조 중심의 기조보다 모든 근로자에 적용될 더 폭넓은 복지를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 시절 직접 전미자동차노조 지도부를 겨냥한 발언을 꺼냈다는 점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한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7월18일 열렸던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을 겨냥해 “즉시 해고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나눈 인터뷰에서 파업을 벌인 노동자를 고용주가 해고해버려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트럼프 당선인이 노조 중심의 바이든 정부 기조 대신에 자신을 지지한 일반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마련한다면 노사관계에서는 안정성을 높일 공산이 크다. 이런 점에서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는 한국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공장 세 곳에 더해 현대차그룹과 혼다와 합작 공장을 세우는 일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온도 현대차그룹과 함께 조지아주에 건설하는 합작공장을 포함해 포드와 켄터키와 테네시 블루오벌SK 공장까지 생산 거점 4곳을 건설 중이다. 현대차 또한 10월 전기차 생산을 시작한 조지아주 전용공장(HMGMA) 건립에 50억 달러(약 7조 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노동자가 초과근무수당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제한하고 안전 관련 규정도 완화됐었다는 점을 함께 짚으며 트럼프 당선인이 노동자 전반에 불리한 정책을 펼 수도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