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 바라 GM 회장 겸 CEO가 2016년 12월15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기차 수요 회복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과 재무 부담이 갈수록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과 유틸리티다이브 등 외신을 종합하면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의 미국 공장 가동 지연이 '연쇄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쇄 효과는 공급망 문제나 수요 둔화 등으로 공장 건설이나 제품 생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 향후 계획에도 여파가 번지면서 사업에 더욱 큰 리스크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미국 로펌 매슬런의 건설부문 담당 데이빗 슈차르 변호사는 유틸리티다이브에 “특히 전기차 공장과 같이 수 년 동안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경우 연쇄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정에 변동이 생긴다면 이는 하청업체와 공급사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향후 사업에 변수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틸리티다이브는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미국 배터리 공장 건설 작업을 일시중단한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이러한 상황은 SK온과 삼성SDI에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배터리 3사가 미국에 신설하는 다수의 배터리 공장의 건설이나 양산 일정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SDI는 GM과 설립하는 인디애나주 공장에서 배터리 양산 시점을 2027년으로 확정했다. 처음 협력을 발표할 때와 비교해 시기를 1년 늦춘 것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양사가 시장 상황을 고려한 최적의 양산 시점을 협의해 조정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미시간주 랜싱에 2025년 초 가동을 목표로 짓고 있던 제3공장 건설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SK온과 포드 합작사인 블루오벌SK도 공동으로 건설 중인 켄터키주 제2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양산 시점을 연기했다.
▲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오하이오주 배터리공장에 작업자들이 출입하고 있다. 공식 유튜브 계정에서 갈무리. <얼티엄셀즈>
그러나 전기차 수요 둔화로 GM과 포드 등 협력사들이 일제히 전기차 생산과 판매 목표를 축소하면서 한국 배터리업체들도 영향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배터리 공장 신설에 막대한 투자금을 들이고 있지만 이를 본격적으로 회수할 시기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공장 건설과 가동 일정이 지연되는 것은 투자 부담이 더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인건비나 장비, 원자재와 같은 건설 비용은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가파른 시장 성장세가 되돌아온다면 이러한 위기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
다만 시장 분위기가 바뀔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만큼 한국 배터리 3사가 미국 공장 투자에 따른 손실을 당분간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GM과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주요 완성차 기업은 전기차 전환에 여전히 낙관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요 상황에 맞춰 사업을 축소하고 있지만 중장기 성장성에는 여전히 확신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메리 바라 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발언을 인용해 “당초 예상보다 속도는 더디지만 전기차로 사업을 전환하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