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아모레퍼시픽과 애경산업, LG생활건강 등 국내 화장품회사가 중국 매출 비중을 낮추고 미국을 중심으로 일본, 유럽 동남아 등의 국가로 시장을 넓힌 전략의 결실을 톡톡히 보고 있다.

국내 화장품업체들은 중국 따이공(보따리상) 기세가 꺾이고 현지에서 애국소비(궈차오) 열풍이 불자 최근 몇 년 사이 ‘탈중국’을 위해 시장 다각화에 힘을 실었다.
 
K뷰티 시장 다각화로 체질 개선 성공, 화장품주 중국 경기 부진에도 ‘화창’

▲ 24일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전날보다 2.17% 상승했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 경기 부진 영향에 중국 매출 비중은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되레 실적 개선이 기대되며 주가가 오르고 있다.

24일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전날보다 2.17%(3800원) 상승한 17만9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밖에 애경산업(2.17%), LG생활건강(1.03%), 클리오(1.19%) 등 주요 화장품 브랜드업체뿐 아니라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업체인 한국콜마(2.70%), 코스맥스(2.96%), 코스메카코리아(4.23%) 등의 주가도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화장품업종 주가는 16일 반등에 성공해 다시 한 번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현지시각으로 16~17일 진행된 미국 아마존 대규모 할인행사 프라임데이에서 K-뷰티 제품들이 판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프라임데이에서 뷰티·퍼스널케어 부문 전체 랭킹 1~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코스알엑스를 자회사로 편입해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마존 프라임데이 때 최상위 화장품부문에서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며 “한국 화장품 인기가 정점을 찍고 하락하고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평가했다. 

브이티와 클리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한국 화장품업체들이 가성비를 갖출 수 있도록 한 ODM업체들의 기술력도 주목받았다. 

지난 6월27일 K-뷰티 브랜드 설명회에서 아마존이 한국지사 아마존 글로벌셀링코리아를 통해 한국콜마에게 해외판매를 확대하는 행사를 제안한 점이 대표적 사례다. 

화장품업계에서는 한국 ODM업체가 중국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와 비교해 최소 5년 이상 기술격차를 확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미국에서 가격이 낮은 제품 선호도가 늘고 있고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흐름에 화장품 ODM업체가 수혜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애경산업은 일본시장 공략에 성공해 실적 반등을 이루고 있다. 메이크업 전문브랜드 ‘루나’의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배 급증했다. 2021년 일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해 오프라인 중심 일본 특유 유통구조에 맞춘 입점 전략이 효과를 거뒀다. 

국내 화장품기업들은 중국에 기대 성장세를 이루다가 2019년부터 중국 정부의 따이공 규제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생존을 위해 미국과 동남아 등으로 시장을 다각화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실제 한국무역협회 ‘K-뷰티 수출현황 및 신규 유망시장’ 보고서를 보면 중국 수출비중은 2021년 52.8%에서 2022년 45.1%, 2023년 32.7%로 낮아졌고 올해 1분기 26.7%까지 떨어졌다. 

중국 수출비중이 줄면서 2022년 화장품 수출금액은 줄었지만 2023년 미국과 일본 등 수출이 늘며 반등에 성공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누적 화장품 수출금액은 48억2천만 달러가량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0억8300만 달러)보다 18%가량 증가했다. 

중국만 따로 놓고 보면 올해 상반기 화장품 중국 수출금액은 12억1486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14억1381만 달러)보다 14.1% 감소했다. 반면 미국은 61.1%, 일본은 21.5% 증가해 화장품 전체 수출금액 증가를 이끌었다. 
 
K뷰티 시장 다각화로 체질 개선 성공, 화장품주 중국 경기 부진에도 ‘화창’

▲ 한국콜마가 미국 아마존으로부터 해외판매 확대를 위한 행사를 제안 받아 경쟁력을 확인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화장품 수출금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반기 아마존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연말 할인행사가 몰려있기 때문이다. 

반면 올해 중국 경기는 나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기대치(5.1%)를 대폭 밑도는 4.7%를 기록했다. 이에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하는 올해 경제성장률 5.0% 달성에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분석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부동산시장을 포함한 광범위한 경기 부양책이나 구조개혁 대책이 없다면 중국 경제가 점점 더 부진의 늪으로 갈 공산이 크다”고 바라봤다. 

한국 화장품기업들이 중국 매출 비중을 낮추면서도 경쟁력을 높이고 있어 중국 경기가 나빠져 소비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에도 주가에 장밋빛이 돌고 있는 것이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화장품업종 성장을 견인하는 요소는 비중국 수출 증가로 글로벌시장 확대 추세가 지속되고 있고 브랜드사와 ODM 등 가치사슬에 걸친 실적 호조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화장품업종 중장기 성장여력이 충분한 만큼 리레이팅(주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