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 부품에 무역장벽을 높이며 한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만큼 현대차와 기아가 수혜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와 기아가 이러한 변화에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대표적 기업으로 꼽혔다.
블룸버그는 10일 논평을 내고 “한국과 미국의 무역 관계가 가까워지도록 돕는 ‘숨은 공신’이 있다”며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한국에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와 부품, 배터리 등을 점차 의존하게 되면서 현대차와 기아 등 한국 기업들의 수출 실적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약 2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자동차와 산업기계 등 수출이 증가하며 이러한 영향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반도체는 주로 글로벌 제조업체의 생산공장이 위치한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 수출되지만 자동차와 관련 부품 등은 미국 수출 비중이 높다는 것이 큰 차이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약 20% 줄어든 반면 미국 수출실적은 약 5.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중국을 넘고 한국의 최대 수출국가로 거듭나는 데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며 두 국가 사이의 무역 관계가 앞으로 더욱 깊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중국과 전기차 분야에서 공급망 단절을 추진하는 정책을 앞세우고 있는 점도 한국 자동차 및 관련기업에 반사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정책에 따라 중국산 배터리, 부품 등은 미국에서 보조금과 같은 혜택을 받기 어려워졌다. 중국산 자동차 관세율도 25%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정책으로 BYD와 같은 중국 기업이 미국시장에 진입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현대기아차 등 한국 업체에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기업이 전기차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고전하는 사이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 빠르게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에 맞춰 미국 내 생산공장을 신설하는 글로벌 기업이 늘어난 점도 한국의 대미 산업기계 수출 증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전기차 생산 확대 정책에 힘을 실을수록 한국에 배터리와 산업기계, 자동차부품 등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갈등 등 영향으로 세계 무역 지형도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대미 수출 증가가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한국과 미국의 관계에 그동안 정치와 군사 분야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제는 무역도 그만큼 중요한 요소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