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반도체 이어 '전기차 주도권' 경쟁, 삼성SDI LG엔솔 SK온에 기회

▲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전기차와 배터리산업 주도권 경쟁을 본격화하면서 한국 배터리 3사에 수혜가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바이든 정부가 중국으로 기울고 있는 글로벌 전기차 및 배터리시장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주축으로 자리잡아 큰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진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11일 “전 세계 전기차와 배터리시장은 크게 두 세력으로 나뉘어지고 있다”며 “중국과 미국-한국의 산업 연합체 사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일찌감치 BYD와 CATL 등 자국 전기차와 배터리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쳐왔다. 이들 기업은 내수시장의 강력한 수요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CATL은 결국 전 세계 부동의 전기차 배터리 1위 기업으로 자리잡아 선두주자로 꼽히던 한국 경쟁사들을 제쳤고 BYD도 전기차 출하량에서 테슬라를 뛰어넘고 있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들어 시행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앞세워 세계 전기차 산업 주도권이 중국에 완전히 넘어가는 일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미국 자동차기업과 공동으로 잇따라 대규모 배터리공장 투자를 시작하면서 정책적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보호무역 장벽을 만들어 미국 내 생산공장 건설을 지원하며 중국 기업을 견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증권사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산업 육성 정책에 한국 배터리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할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2025년 미국에서 한국 배터리 3사의 시장 점유율은 7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큰 폭의 주가 상승 효과를 볼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텔레그래프는 골드만삭스 분석을 바탕으로 “중국업체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에너지 밀도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 배터리와 비교해 밀도가 약 30% 낮다”며 한국업체의 기술 우위에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에 이어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서 본격적으로 경쟁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기술적 장점이 더욱 돋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평균 가격도 빠르게 하락하면서 전기차가 결국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량을 넘어서는 시기가 임박하고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미국·중국 반도체 이어 '전기차 주도권' 경쟁, 삼성SDI LG엔솔 SK온에 기회

▲ 포드와 SK온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조감도. <블루오벌SK>

2022년 기준 1kWh(킬로와트시)당 153달러에 이르던 전기차 배터리 평균가는 2025년 99달러, 2030년 72달러까지 점진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골드만삭스는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2020년대 중반이면 보조금 효과가 없어도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에 맞먹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이 GM과 스텔란티스, 포드 등 미국 주요 자동차기업과 공동으로 건설하는 배터리공장도 해당 시점에는 대부분 본격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배터리 3사의 미국 공장 건설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미국으로 넘어오도록 하는 데 기여하면서 이에 따른 성장 기회도 커지게 되는 셈이다.

다만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치열한 기술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배터리업체가 우위 확보를 낙관하기만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텔레그래프는 2026~2027년부터 출시되는 LFP 배터리가 낮은 가격과 긴 주행거리를 모두 갖춰내며 기술적 약점을 극복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테슬라가 활용하는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도 2020년대 중순까지 상당한 발전 성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배터리업체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각형 또는 파우치형의 NCM(삼원계) 배터리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결국 LG화학과 SK온, 삼성SDI가 미국 정부의 지원 정책에 맞춰 배터리공장 투자를 늘리며 성장세를 가속화하는 동시에 미래 기술 경쟁에도 대응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텔레그래프는 “중국과 미국-한국 연합의 기술 경쟁은 배터리 가격을 2020년대 중반, 2030년 이후에 모두 크게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승자와 패자를 다시금 결정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