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이 9월14일까지 노사협상이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단체 파업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연합뉴스>
미국 ‘빅3’ 자동차기업 공장 가동이 멈추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들을 전기차 배터리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8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은 14일까지 자동차기업과 노사협상이 끝나지 않으면 곧 파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미자동차노조가 GM과 포드, 스텔란티스와 이전에 체결한 임금 계약은 14일까지 유효하다. 이후에는 새 근로계약서가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미국 자동차기업과 노조는 이를 위해 정식 노사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양측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노조가 최대 46%에 이르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숀 페인은 전미자동차노조가 빅3 자동차기업에서 동시에 파업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전까지는 GM과 같은 단일 기업을 본보기로 삼아 파업을 진행하며 다른 자동차회사에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을 썼는데 이번에는 훨씬 더 강경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전미자동차노조의 파업이 자동차기업들에 실질적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증권사 JP모건은 보고서를 내고 “숀 페인의 태도를 고려한다면 실제로 대규모 파업이 진행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며 “자동차 공급망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JP모건은 북미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약 75%가 이번 파업의 영향권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앤더슨이코노믹그룹에 따르면 노조 파업이 10일 동안 진행된다고 가정했을 때 빅3 자동차기업이 입게 될 금전적 손해는 10억 달러(약 1조3천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경제 전체에 입히는 손실은 50억 달러(약 6조7천억 원)에 이른다.
만약 자동차기업들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임금을 대폭 인상한다면 앞으로 4년에 이르는 계약 기간에 걸쳐 인건비 부담이 커지며 수익성이 악화될 공산이 크다.
GM과 포드, 스텔란티스가 모두 노조의 강력한 임금 인상 요구에 직면해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노사협상 과정에서 GM은 약 10%, 포드는 약 9%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다. 스텔란티스의 제안도 비슷한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자동차기업들의 이러한 제안이 ‘모욕적’이라고 거세게 비판하며 현재 진행중인 협상이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빅3 자동차기업들이 꾸준히 협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노조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파업에 대한 의지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미국 자동차기업과 노조 사이 임금 형상은 이처럼 팽팽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양쪽 모두 큰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어 파업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미자동차노조는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에게 약 11주 동안 매주 500달러씩 지급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 스텔란티스의 자동차 생산공장 내부. <스텔란티스>
이런 상황에서 공장 가동이 멈추면 이들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한국 배터리3사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운영하는 오하이오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GM의 전기차 생산설비에 공급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공장은 노조의 파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GM의 전기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자연히 배터리 공급에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미자동차노조가 사측과 임금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미국 자동차기업과 한국 배터리업체가 설립하는 합작공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는 현재 GM과 포드, 스텔란티스와 미국에 다수의 배터리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노조는 이러한 신규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와 관련된 조건을 자동차기업과 진행하는 임금 협상에 포함하려 하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의 파업 시기가 임박하면서 한국 배터리 3사도 중장기 인건비 상승 여부에 더욱 촉각을 기울여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이미 오하이오 배터리공장 노동자에 25%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미국 자동차산업 노사 갈등이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결국 전기차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자동차 노사 갈등을 두고 “파업이 벌어질 것이라 예상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전미자동차노조의 분노를 샀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성명을 내고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중심 정책이 자동차산업 노동자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전기차 정책을 완전히 폐지하는 일이 전미자동차노조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