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 공격적 투자에 현금 곳간 줄어, 박원철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 안착 절실

박원철 SKC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의 성공적 안착을 통해 줄어든 현금 곳간을 채워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박 사장이 3월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경영 계획을 보고하는 모습. < SKC >

[비즈니스포스트] SKC가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현금보유량이 크게 줄어 박원철 대표이사 사장의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돈 들어갈 데가 많은 상황이라 박 대표는 올해 3분기 상업가동에 들어가는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의 빠른 안착과 이익창출이 절실한 상황이다.

2일 SKC와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SKC가 배터리소재와 반도체소재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자금소요 요인이 꾸준히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선 인수합병을 통한 자금 지출이 예상된다.

현재 SKC는 반도체소재사업 하나로 반도체 테스트에 투입되는 실리콘 러버 소켓 등을 생산하는 테스트 소켓 개발기업 ISC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SKC는 ISC 최대주주인 헬리오스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가 보유한 ISC 지분 31.56% 전부를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맺은 뒤 구체적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SKC의 ISC 지분 인수 규모는 4천억 원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SKC는 반도체소재사업에서 ISC 이외의 다른 인수합병도 검토하고 있다. 박 사장이 사업재편을 위한 방안으로 꾸준히 인수합병을 거론해 온 만큼 SKC가 추가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설비투자도 예정돼 있다.

동박사업에서는 계열사 SK넥실리스의 6500억 원 규모 말레이시아 공장이 올해 3분기 상업가동을 앞두고 투자를 대부분 마무리하며 시험가동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대규모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SK넥실리스 폴란드 공장은 지난해 7월부터 2024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모두 9천억 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2025년 중기 동박 생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SK넥실리스는 2025년까지 연간 동박 생산능력을 25만 톤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 정읍 공장(5만2천 톤), 말레이시아 공장(5만 톤), 폴란드 공장(5만 톤)에 이어 북미나 유럽에도 연간 생산능력 10만 톤가량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요구된다. 폴란드 공장의 투자 규모와 단순 비교해도 1조8천억 원이 더 필요한 셈이다.

반도체 글라스 기판사업 자회사 앱솔릭스도 31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지난해 12월 착공한 이 공장은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박 사장에게는 지속적 투자 소요에 대비하기 위해 SKC 현금 곳간을 채워야 할 과제가 주어지고 있다.

SKC는 지속적으로 공장 건설 등 성장동력 마련에 집중하면서 최근 보유 현금이 크게 감소했다. SKC의 올해 1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028억 원으로 지난해 말 1조984억 원에서 4천억 원가량 감소했다.

물론 기업이 모든 투자를 보유한 현금으로 충당하는 것은 아니다. SKC는 현재 5천억 원 규모로 폴리우레탄 자회사 SK피유코어 매각을 추진하는 등 현금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이를 고려해도 예정된 투자가 조 단위를 훌쩍 뛰어넘는 탓에 현금확보는 필수적이다.

결국 박 사장에는 SK넥실리스의 말레이시아 공장의 빠른 안착을 통한 이익 창출이 현금 곳간 회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황이 부진한 화학 및 반도체 사업들에서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동박 원가의 15%가량을 차지하는 전기료 인상으로 국내 정읍 동박 공장의 수익성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국내보다 전기료가 50%가량 저렴하다. 말레이시아 공장이 빠르게 안착해 생산량을 늘린다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 “SKC 재무구조 양호한 수준이지만 영업현금 창출력 개선 지연 때 차입금 확대 가능성 존재한다”며 SKC 자체 이익창출이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의 안착의 핵심은 수율(양품비율) 안정화가 꼽힌다.

대부분의 제조업체는 신규 공장 가동에 따른 수율 문제를 겪게 된다. 특히 해외 공장으로의 확장은 다른 환경 탓에 수율을 안정화하는 데 더 애를 먹기도 한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SK넥실리스의 첫 해외 공장이기 때문에 수율 안정화가 더욱 중요할 수 있다.

과거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2017년 말레이시아에 동박 공장을 마련한 뒤 신규 설비의 수율은 잡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 것으로 전해진다.

SKC는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의 수율 안정화를 자신하고 있다.

2020년 SK넥실리스(옛 KCFT)를 인수한 뒤 곧바로 2021년과 2022년 각각 정읍 5공장과 6공장을 완공하며 신규 공장 건설에 노하우를 얻었고 대부분의 공정에서 자동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SKC 관계자는 “과거 정읍 5~6공장 증설 경험과 함께 말레이시아에 자동화설비를 구축하는 만큼 수율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또 현재 시험가동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어 향후 상업가동이 원활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