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배터리업체 해외에 더 많이 투자, "시장 포화로 해외 진출"

▲ 네팔 카트만두 브리쿠티 만답 전시장에서 6일 열린 박람회장에 중국 BYD가 출품한 돌핀 전기차를 관중들이 모여 구경하고 있다. < BYD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업체가 지난해 처음으로 자국보다 해외에 더 많은 투자를 집행했다는 집계 결과가 나왔다. 

중국 내수 시장 포화와 가격 경쟁 심화로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로디엄그룹은 18일(현지시각)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중국 전기차 관련 기업의 해외 투자는 160억 달러(약 22조2344억 원)”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가 이날 보도했다. 

중국 전기차 관련 기업이 같은 기간 국내에 투자한 규모는 150억 달러(약 20조8447억 원)였는데 해외 투자 규모가 이를 앞질렀다. 

특히 중국 배터리 제조사가 전체 해외 투자의 75%를 차지했다. 

CATL과 엔비전, 고션하이테크 등 중국 배터리 기업은 테슬라와 BMW를 비롯한 고객사에 맞춰 유럽과 미국 등지에 생산 거점을 세우고 있다. 

로디엄그룹은 “중국 기업은 그동안 전체 투자의 80% 가량을 자국 내에서 집행했다”며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기업이 해외 투자를 늘린 배경에는 내수 시장의 과잉 생산과 극심한 가격 인하 경쟁이 있다고 로디엄그룹은 분석했다. 

전기차 공급망 전반에 수익성이 떨어져 글로벌 확장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 소재에 고율 관세를 매긴다는 점도 중국 업체를 해외로 뛰어든 요인으로 꼽힌다.

유럽연합(EU)는 지난해 10월30일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 관세를 시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또한 중국산 소재를 쓴 전기차와 배터리에 세액공제를 줄인다. 

다만 로디엄그룹은 해외 투자가 중국보다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들고 규제·정치적 리스크도 크다고 짚었다. 

중국 기업의 해외 전기차 프로젝트 완공률은 25%에 그친 반면 중국 내 프로젝트는 45%를 기록했다.

BYD가 멕시코에 전기차 공장을 건립하려던 계획을 무역 환경 불확실성으로 무기한 연기한 사례를 로디엄그룹은 제시했다.  

배터리 공장의 경우 중국에서는 계획부터 착공까지 평균 3~12개월을 소요하지만 해외에서는 10~24개월이 걸렸다. 첫 삽을 뜨는 시점이 최장 1년이나 차이날 수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지역별로 불균등한 전기차 수요와 EU 등의 견제는 중국에 변수”라며 “기술 유출과 산업 공동화를 우려하는 베이징 당국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