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중국 승인으로 주행보조기술 현지 출시 눈앞, 자율주행기술 패권 쥐나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23년 5월31일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 (오른쪽부터) 주샤오퉁 수석 부사장과 타오린 부사장의 모습도 보인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가 중국에서 주행 데이터 관련 검사를 통과하고 현지 기업과 제휴에 성공하면서 운전자 주행보조 기술인 'FSD(Full Self-Driving)' 출시가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시각이 나온다.

중국 판매 차량들에서 확보한 데이터로 FSD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향후 사업 확장과 실적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시된다. 

2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안을 잘 하는 취재원들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테슬라의 FSD 출시 계획을 잠정적으로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중국을 방문해 정계 서열 2위인 리창 국무원 총리를 만난 지 하루만에 나온 소식이다.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한 모델3와 모델Y 차종 모두 주행 데이터 안전 검사에서 ‘적합’ 승인을 받았다는 내용도 전해졌다. 

중국은 그동안 보안을 이유로 테슬라 차량의 공공기관 및 군사설비 인근 주행을 금지하고 주행 데이터를 해외로 전송하는 걸 막아 왔는데 이번 승인으로 규제가 일정부분 풀린 것이다.

테슬라가 중국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인 바이두와 협업하는 성과도 일구면서 바이두를 통해 FSD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출시할 가능성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지 기업인 바이두와 협업으로 중국 당국의 보안 우려가 완화됐다”라며 “테슬라는 바이두의 지도 및 네비게이션 기능을 기반으로 FSD 서비스를 중국에서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국에서 FSD 기능을 출시하는 일은 테슬라의 향후 자율주행 관련 사업에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수익 측면에서 큰 보탬이 될 공산이 크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에서 운행하는 테슬라 차량은 모두 160만여 대로 이들에 FSD 사용료를 거두면 수익을 늘릴 수 있다.

테슬라와 전기차 판매 경쟁을 벌이는 중국 BYD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선 지 얼마 되지 않다보니 중국에서 테슬라 차량 판매에도 보탬이 될 가능성도 있다. 

증권사 RBC 캐피털마켓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테슬라 목표 주가를 정할 때 FSD 수익도 상당 부분 고려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 중국 승인으로 주행보조기술 현지 출시 눈앞, 자율주행기술 패권 쥐나

▲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시니타스의 한 도로에서 테슬라 모델3가 FSD 기능을 사용해 주행하고 있다. 좌측 하단 검은색 창에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어야 하며 언제든 차량을 직접 조종할 준비를 하시오'라는 경고 문구가 보인다.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자율주행 기술에 개방적 태도를 보인다는 점도 테슬라의 FSD 사업에 유리한 요소로 꼽힌다.

2023년 연말 기준 중국 당국은 베이징과 상하이 그리고 광저우 등 30곳 가량의 도시에서 자율주행 관련 면허를 차량 업체들에 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업체들의 잠재 수요도 기대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기업인 샤오펑의 허샤오펑 CEO는 자신의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테슬라 FSD 기술의 중국 진출을 환영한다”고 적었다. 

샤오펑도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테슬라의 진입이 중국 자율주행 시장 발전에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또한 1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한 주요 완성차 업체와 FSD 라이선스 공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직접 언급해 사업 확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중국에서 FSD 출시가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발전 및 실적 측면에서 기대감을 키우다보니 이런 점이 시장에도 반영됐다. 미국 나스닥장에서 29일 테슬라 주가는 하루만에 15.31%나 올라 194.0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FSD는 ‘완전자율주행’ 이라는 서비스 이름, 그리고 테슬라의 과거 홍보 내용과는 달리 주행보조 기술 5단계 가운데 중간 정도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면 기술 고도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는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많은 중국의 복잡한 도로 환경이 FSD 기술을 정교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테슬라 차량들에서 확보한 FSD 주행거리 12억 마일(약 19억3천만㎞)에 더해 데이터 학습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FSD가 전기차 충전과 같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테슬라는 자사 전기차 충전 규격인 북미 충전기준(NACS)을 선제적으로 확산시켜 포드와 GM 같은 대형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기존에 널리 쓰였던 결합 충전(CCS) 방식을 대체해 사실상 업계 표준으로 자리했다는 시각이 많다.

RBC 캐피털마켓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중국 진출로 테슬라 소프트웨어가 업계 표준이 될 추진력이 생겼다”고 바라봤다.   

오는 8월8일에 공개할 무인 자율주행 택시인 로보택시(사이버캡)에 FSD 기술이 사용될 것이라는 예상도 흘러 나온다. 

결국 이번 중국 FSD 발매가 테슬라를 인공지능(AI) 기업으로 강조해 온 일론 머스크의 기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테슬라가 전기차 판매 하락세를 넘어 FSD를 성장동력으로 확실히 증명할 수 있을 계기로 만들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대만 디지타임스는 테슬라가 현지 도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FSD가 단시일 내에 중국 시장에서 출시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FSD가 현지 주행보조 서비스들보다 상대적으로 고가라는 점도 중국 사업에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