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포드와 헤어지며 다 지은 배터리 공장 넘긴다, '기술 유출' 우려는 희박

▲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블루오벌SK 배터리 제1, 제2 공장. 포드가 합작법인 청산 과정을 마친 뒤 단독 운영할 예정이다. < 블루오벌SK >

[비즈니스포스트] SK온이 포드와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체 기술 및 노하우로 설립한 공장 및 생산라인을 넘긴다.

한국의 배터리 기술이 이 과정에서 미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포드의 자체 배터리 생산 노력에는 한층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11일 포드와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청산하고 미국 테네시 1, 2공장과 켄터키 공장을 각각 두 회사가 따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 가운데 포드가 가져가는 켄터키 제1공장만 현재 운영 중이다. 역시 포드가 가져갈 켄터키 제2공장과 SK온이 운영할 테네시 공장은 아직 생산에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SK온의 기술 및 노하우로 건설과 장비 반입 및 설치, 생산 최적화 등 과정을 모두 마친 켄터키 공장을 포드가 통째로 가져가는 모양새가 됐다. 

SK온 관계자는 이날 CNBC를 통해 “테네시 공장 가동 일정은 소유권 이전까지 엮여서 현재로서는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포드와 GM, 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기업은 자체적으로 배터리 생산 체계를 구축하기 어려워 한국 배터리 3사와 잇따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협업해 왔다. 

장비 설치와 제조 노하우를 단기간에 확보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해 미 완성차 기업이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업체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투자를 이어온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2019년 12월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설립하고 오하이오와 테네시에 공장을 운영한다. 

삼성SDI도 GM 및 스텔란티스와 각각 ‘시너지셀즈’와 ‘스타플러스에너지’라는 합작법인을 세우고 공장을 건설하거나 가동하고 있다.

이는 기업 기술력 측면을 넘어 미국의 제조 환경과도 맞물린 문제라 볼 수 있다. 미국은 배터리나 제조 장비를 다루는 기술자가 사실상 전무해 해외에서 기술과 인력을 끌어올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조지아주 배터리 합작공장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앞서 미국 이민 당국은 올해 9월4일 대규모 단속을 벌여 한국 노동자 300여 명이 한꺼번에 구금되기도 했다. 이후 미국 정부도 해외 인력이 없으면 사실상 공장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1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사우디 투자 포럼 연설에서 “복잡한 공장을 운영하려면 수천 명의 외국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K온 포드와 헤어지며 다 지은 배터리 공장 넘긴다, '기술 유출' 우려는 희박

▲ 블루오벌SK 배터리 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장비 상태를 보여주는 화면을 보고 있다. < 블루오벌SK >

일단 SK온 측은 기술 유출 우려에 선을 그었다. 

SK온은 합작법인에서 갈라선 이후에도 테네시 공장을 중심으로 포드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이어간다며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합작법인이 일반적으로 기술 공유까지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은 기술 유출 가능성을 낮춘다.

전기차 기업은 배터리 합작법인을 세울 때 일반적으로 자금을 대고 배터리 생산 물량을 독점으로 받아가는 데에 의미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배터리 기술은 국가 핵심 기술이라 함부로 이전이 어렵다. 

SK이노베이션의 공시에 따르면 SK온은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첨단전략기술·국가핵심기술 수출 승인’ 등 절차를 거친 뒤 합작법인 자산을 분할할 수 있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민간 전문가로 구성한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서 심사를 한다”며 “유출 정황을 발견하면 산업기술보호법 제11조에 따라 원상회복 등 필요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포드는 전기차 사업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인 만큼 자체 배터리 개발을 위해 공격적인 선택지를 골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포드는 최근 미시간주 디어본 본사에서 멀리 떨어진 로스앤젤레스에서 비밀리에 ‘스컹크웍스’라는 기술개발 팀을 꾸렸다.

여기에 배터리를 비롯한 전문가 다수를 영입하며 포드는 전기차 기술 내재화를 시도하고 있다. 포드는 전기차 사업에서 매년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어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처해 있다.  

요컨대 포드가 전기차 사업 반등을 꾀하는 과정에서 SK온과 이미 완공한 배터리 공장 필요성이 더욱 커졌을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뉴욕타임스는 “포드에게 가장 큰 희망은 더 우수한 배터리를 비롯한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