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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정부 ‘중대재해’에 이상기후 포함 요구, 허리케인 폭염 산불 위협 갈수록 커져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7-18 14: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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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정부 ‘중대재해’에 이상기후 포함 요구, 허리케인 폭염 산불 위협 갈수록 커져
▲ 올해 5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폭염으로 쓰러진 시민을 진료하고 있는 의료진.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의 여러 주정부가 연방정부를 상대로 중대 재해 목록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미국에서 폭염과 산불에 따른 매연 등 종래에는 재해로 인정되지 않던 재난의 강도가 커지며 주민들의 생존을 크게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허리케인 같은 기존 중대 재해도 더 이른 시기에 더 강력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어 학계에서는 재난 평가 등급도 개선해 기후변화에 맞춰 대책 수준을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7일(현지시각)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주, 뉴멕시코주, 버몬트주, 미시간주 등 14개 주정부는 미국 연방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폭염과 극심한 산불 매연(extreme smoke)을 중대재해(major disaster) 목록에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중대 재해란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에서 관리하는 재난 등급으로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환경, 노동력,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재난들을 의미한다.

1988년 제정된 ‘스태포드 법(Stafford Act)’에 따라 관리되며 현재 중대재해로 분류되는 재난으로는 허리케인, 화산 폭발, 지진, 쓰나미 등과 함께 미국 대통령이 지정한 산불, 홍수, 산사태 등이 있다.

중대재해로 인정된 재난이 발생한 지역은 연방정부로부터 재난구호 물자와 자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현재 중대 재해로 분류되지 않은 폭염과 산불에 따른 매연은 최근 기후변화 영향으로 위협이 커지면서 신규 등재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크리스 메이스 애리조나주 법무장관은 FEMA에 보내는 서한을 통해 "심각한 산불과 이에 따른 매연 발생 가능성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우리는 FEMA가 관련 규정을 재고해 더 뜨거워지고 연기로 가득한 우리 미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촉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사망자 2300명 가운데 874명이 애리조나주에서 나왔다. 2022년에는 이보다 많은 1030명이 발생하는 등 극한 폭염 현상에 병원과 대피소가 마비되기도 했다.

산불 매연 피해도 지난해 크게 두드러졌다. 지난해 3월 캐나다 퀘벡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6월까지 점차 그 규모를 키우면서 전국적인 화재로 발전했다.
 
미국 주정부 ‘중대재해’에 이상기후 포함 요구, 허리케인 폭염 산불 위협 갈수록 커져
▲ 지난해 6월 캐나다 퀘벡주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 탓에 매연으로 뒤덮인 미국 뉴욕주 뉴욕시. 자유의 여신상이 뿌옇게 보일 정도로 대기질이 좋지 못했다. <연합뉴스>
캐나다 국토 전역에서 발생한 산불 매연은 바람을 타고 남쪽에 위치한 미국 동북부까지 내려와 뉴욕과 필라델피아 등 주요 도시들은 9월까지 극심한 대기오염에 몸살을 앓았다.

메이스 법무장관은 "심각한 폭염과 산불 그리고 이에 따른 심각한 연기 등 재난은 대중의 건강은 물론 환경도 위협한다"며 "FEMA 규정을 개선하면 재난을 겪는 주민들을 지원해 이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전역에는 지난해와 같은 극한 폭염과 산불이 텍사스주, 애리조나주, 캘리포니아주, 네바다주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지방 정부들이 재해 목록 확대를 요구를 내놓는 가운데 학계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존 재해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어 분류 기준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기존에 미국을 위협하는 가장 큰 재해로 평가받는 허리케인이 평가 체계 개선이 가장 시급한 재난으로 지목됐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6월 말 처음 발생한 허리케인 ‘베릴’의 등급을 5급으로 격상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기상학계와 정부 기관은 사피어-심슨 허리케인 등급체계에 따라 1~5급까지 허리케인 강도를 구분하고 있다. 1이 가장 낮은 등급으로 숫자가 높아갈수록 강한 허리케인이라는 뜻이다.

5급 허리케인으로 분류되려면 풍속은 시속 156마일 이상, 동반하는 폭풍 해일 파고는 5.5미터 이상이 돼야 한다. 이 정도면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도 강풍에 파괴될 만한 위력이다.
 
미국 주정부 ‘중대재해’에 이상기후 포함 요구, 허리케인 폭염 산불 위협 갈수록 커져
▲ 허리케인 베릴의 여파로 가옥이 무너지고 도로가 파괴된 미국 버몬트주 플레인필드 카운티. 베릴은 미국 텍사스주에 상륙하면서 금새 소멸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예상을 뒤엎고 그대로 미국 중부를 관통하면서 동북부에 위치한 버몬트주에도 큰 피해를 입혔다. <연합뉴스>
통상적으로 5급 허리케인은 대서양 수온이 정점에 이르는 8~9월경에 발생하는데 베릴은 이보다 이른 시점에 관측됐다. 기록상 베릴 외에 이른 시기에 발생한 5급 허리케인은 2005년 7월16일에 5급으로 격상된 허리케인 ‘에밀리’였다.

이에 미국 기상학계에서는 올해 더 강력한 허리케인들이 연이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허리케인 강도를 높이는 주된 원인인 대서양 수온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맥놀디 마이애미 대학 기후학자는 원자과학자회보(BAS)를 통해 “대서양 수온이 이렇게 이른 시기에 높아진 것은 이례적”이라며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은 해양은 앞으로 더 강력한 태풍들이 발생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자과학자회보는 이에 미국 로렌스 버클리 대학,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 등 기상학계 일각에서 5급보다 높은 6급 허리케인 등급 신설하고 이에 맞춰 강화된 대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고 전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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