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화그룹이 방위산업과 친환경에너지사업 ‘글로벌 메이저’로 성장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다.

한화그룹은 26일 대우조선해양과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 입찰과 실사, 해지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또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는 앞으로 대우조선해양 경영 정상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기본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번 거래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사업 성격이 유사하고 최근 사업호조로 안정적 실적을 내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각각 1조 원과 5천억 원을 투자한다.

또 한화그룹 신성장동력에 투자하고 있는 한화임팩트파트너스(한화임팩트 100% 자회사)가 4천억 원, 한화에너지의 자회사 3곳이 1천억 원을 넣어 참여한다.

투자사들은 상세 실사 뒤 최종 인수자로 선정되면 올해 11월 말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번 인수로 ‘빅 사이클’ 초입에 진입한 조선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넘어 그룹 주력인 방산 분야에서도 새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 무기체계에 관한 주요 나라들의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통합 방산 생산능력과 글로벌 수출 네크워크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양, 방산의 강자인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기존 우주,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고 유지보수(MRO)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또 중동과 유럽, 아시아에서 고객 네크워크를 공유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무기체계는 물론 대우조선해양의 주력 방산 제품인 3천 톤급 잠수함 및 전투함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늘려 확보한 미래 방산 기술을 민간 상선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한화시스템은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투체계(CMS)를 대한민국 해군 함정에 사실상 100% 공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 개발 역량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 문제로 세계적 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는 시점에서 대우조선해양과 함께 ‘글로벌 친환경에너지 메이저’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화그룹은 LNG를 미국에서 수입해 통영에코파워가 발전하는 사업 구조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의 LNG 해상 생산기술(FLNG)과 운반(LNG운반선), 재기화 설비(FSRU)까지 더해지면 수요가 급증하는 LNG사업 역량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생산 및 발전사업과 한화임팩트의 수소 혼소 발전기술, 암모니아사업 등을 대우조선해양의 에너지 운송사업과 연계해 ‘생산-운성-발전’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에너지 가치사슬을 구축할 수 있다.

풍력발전 분야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이 경쟁력을 갖춘 해상풍력설치선(WTIV)를 활용해 한화솔루션은 미국과 유럽에서, 한화건설은 국내에서 해상풍력 발전시장으로 발을 넓힌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3년 반~4년 치 일감인 288억 달러(41조 원)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과 함께 한화그룹의 투자를 통해 조기에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단순한 이익 창출 수단을 넘어 투자와 일자리, 수출 확대로 경남 거제의 지역사회화 상생하고 기자재 및 하청업체 등 지역 뿌리산업과도 지속가능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인수합병(M&A)의 성공경험을 축적한 한화그룹은 노조와 적극적 대화를 통해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 노사관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이번 인수를 국가 기간산업을 향한 투자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사업보국 정신으로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