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4-10-28 16:52:27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에서 한국 게임의 서비스 허가(판호) 발급이 잇따르는 등 국내 게임 업계가 거대 중국 시장의 문을 다시 두드리고 있다.
28일 중국 게임산업 규제 총괄기관인 국가신문출판서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를 비롯한 외국 게임 15종에 대한 판호를 발급했다.
▲ 리니지2M이 2024년 10월 중국 서비스 허가(판호)를 받았다.
2017년 사드 사태로 인한 한한령과 2020년 코로나 사태 등으로 중국 정부는 그동안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를 거의 발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정부의 한국게임 규제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판호 발급은 지난 6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등 이후 4개월 여만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중반부터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를 발급해주는 것으로 정책을 바꿨다. 중국 정부는 짝수 달마다 외국 게임에 대한 판호를 정기적으로 발급하고 있는데, 최근 한국 게임 대한 판호 발급을 늘리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 정부가 콘텐츠 산업 규제를 완화하고 게임 산업을 육성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강석오·고준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강한 정부 규제로 중국 내 여러 게임 개발사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파산에 이르렀던 만큼, 부정적 민심을 전환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중국산 게임이 해외 게임과 경쟁이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력이 높아진 데다, 중국 게임 서비스는 무조건 자국 기업을 통하도록 장치를 마련한 만큼 해외 게임에 적극 문호를 개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중국 게임 시장이 다시 개방되면서 거대 중국 진출을 노리는 게임 업계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판호를 획득한 ‘리니지2M’은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최상위 매출작 중 하나다. 최근 엔씨소프트가 ‘블레이드앤소울2’ 중국 서비스를 연내 출시를 목표로 중국 텐센트와 협업하고 있는 가운데 회사의 대표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때 중국 시장에서 위메이드 ‘미르’, 넥슨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등 한국 게임이 크게 흥행하며, 국내 게임 기업들은 막대한 수익을 중국에서 거둬들였다.
많은 국내 게임 기업들이 다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지만, 예전처럼 쉽사리 현지에서 성공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가 28일 발표한 '2024년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10월 동안의 게임 누적 매출(왼쪽)과 다운로드 수 순위에서 중국 게임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센서타워>
최근 중국 게임사들의 기술력이나 게임 흥행성이 많이 올라왔고, 중국 게임 이용자들 눈높이도 많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부터 중국 판호를 발급받은 국내 몇몇 게임들이 예상보다 미미한 성과를 냈다. 오히려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매출 상위권에 포진하는 등 거꾸로 국내 안방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은 단일 국가 기준으로 세계 최대 게임시장으로, 한 번 흥행에 성공하면 막대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만큼, 국내 게임사들 입장에선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중국 게임 시장의 높은 잠재력은 올 상반기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흥행 사례에서 재확인됐다. 던파 모바일은 중국 출시 한 달 만에 2억7천만 달러 매출을 올리면서, 한국 시장에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뒀던 매출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여전히 운에 맡겨야 하는 부분이 많고, 충족해야 할 사항들이 많지만, 중국에서 흥행한다면 대규모 실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포기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중국의 판호 발급 완화를 계기로 국내 게임사들은 잇달아 중국 시장에 재도전한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즈2M에 이어 ‘블레이드 앤 소울 2’를 추가로 중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위메이드는 ‘미르M’의 연내 중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중국 판호 발급을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은 넷마블의 여러 게임들, 위메이드의 미르4, 엔씨소프트가 공시한 3종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