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주가가 ‘밸류업’에 웃고 울고 있다.

금리인하와 고환율에 정치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주주환원 확대 등 밸류업 정책 실행을 위한 자본관리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밸류업 모멘텀에 변동성 커진 4대 금융지주 주가, 자본관리 솜씨 더 중요해져

▲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주가가 4일과 5일 연달아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이 12조 원가량 빠졌다.


5일 코스피시장에서 KB금융을 비롯한 4대 금융 주가는 일제히 큰 폭의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KB금융(-9.54%)과 우리금융(-3.77%)은 어제보다 낙폭이 더 커졌다.

KB금융은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 뒤 이틀 만에 주가가 15.27% 내렸다. 올해 10월 국내 은행주 최초로 10만 원대에 올랐던 주가가 다시 8만 원대로 내려왔다.

신한금융, 하나금융도 최근 이틀 사이 주가가 각각 11.78%, 9.59% 빠졌다.

4대 금융은 올해 정부의 밸류업 정책을 등에 업고 주가가 급등했던 만큼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자 바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장중 보고서에서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등 대형 은행주 주가 급락을 두고 “주요 은행주가 괄목할 만한 주가 상승을 나타낸 것은 주주환원 확대와 그에 따른 총주주수익률 제고에 관한 기대감 덕분이었다”며 “따라서 전향적 자본정책 이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 하락의 원인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4일과 5일 4대 금융 주식 3789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KB금융(-2224억 원)을 제일 많이 팔았고 신한금융(-935억 원), 우리금융(-142억 원) 주식도 이틀 연속 순매도세가 이어졌다. 하나금융만 5일에는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수로 돌아섰다.

4대 금융은 원래도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아 외국 자본 수급 상황에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인데 밸류업으로 한국 금융시장 정책에 관한 민감도가 한층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4대 금융이 주가부양에 지속적으로 힘을 받기 위해서는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 자본관리로 밸류업 실행 능력을 입증하는 과제가 한층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지주가 계엄 사태 뒤 긴급 임원회의에서 하나같이 환율과 유동성 관리를 강조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KB금융을 비롯한 4대 금융은 기업가치 제고계획에서 주주환원 기준으로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내세웠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로 나눈 값이다.

KB금융은 2024년 연말 CET1비율 13%를 넘는 잉여자본은 2025년 1차 주주환원 재원으로, 2025년 중 CET1비율 13.5%를 넘는 잉여자본은 하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신한금융은 밸류업 공시에 2027년까지 CET1비율 13%에 바탕한 자기자본이익률(ROE) 10% 달성, 주주환원율 50% 달성 목표를 담았다. 하나금융, 우리금융 밸류업 계획도 공통적으로 CET1비율 13%를 유지하면서 주주환원율을 50%까지 높이겠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하지만 4대 금융은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와 원화약세 등으로 CET1비율 등 자본관리에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고환율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밸류업 모멘텀에 변동성 커진 4대 금융지주 주가, 자본관리 솜씨 더 중요해져

▲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에 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가능성 등 정치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고환율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은 계엄 사태가 발생한 3일 자정 1440원대까지 치솟았다. 그 뒤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141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정치 리스크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원화 자산 투자심리가 약해지면서 고환율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환율은 금융사 자본관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다. 업계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오르면 금융지주의 CET1비율은 0.02~0.0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보면 4대 금융도 대부분 환율 추세에 따라 CET1비율이 주주배당 확대 기준으로 정해둔 13%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KB금융의 CET1비율은 13.85%다. 신한금융(13.13%), 하나금융(13.17%), 우리금융(12.00%)은 KB금융보다 CET1비율이 낮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대내외적 영업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환율이 변하면 주주정책에 굉장히 큰 제약이 따를 수 있다”며 “특히 금융주의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에 관한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높은데 예상치 못한 시장 상황이 반영되면 기대치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4대 금융은 연말 상생금융 지원에 금리인하와 대출 축소에 따른 실적 부담도 안고 있다. 밸류업 실행을 위한 자본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4대 금융은 계엄 사태 뒤 이틀 만에 시가총액이 12조456억 원 증발했다. 3일 종가 기준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합산 시가총액은 99조9498억 원으로 100조 원대를 앞두고 있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