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전기차 시장 점유율 압도적 1위인 타타자동차의 대표 전기차 모델 '넥슨 EV'. <타타자동차 홈페이지>
다만 인도 정부가 3년 내 투자를 조건으로 달아 기존 수입 전기차의 최대 100%에 달하는 관세를 15%로 낮춰주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낮은 가격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와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인도 매체 오토카 인디아와 현지 자동차 판매 플랫폼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9월쯤 현지 첫 전기차 대중화 모델 '크레타 EV'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인도에서 판매해 온 내연기관차 크레타는 현지 전략 모델로, 지난해 15만7311대가 팔려나가며 인도 전체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판매 3위에 오른 인기 모델이다.
현대차는 크레타 EV에 LG에너지솔루션의 45kWh(킬로와트시) 배터리와 2세대 코나 일렉트릭과 같은 최고출력 138hp(마력), 최대토크 255Nm(뉴턴미터)의 성능을 내는 전기 모터를 탑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도 전기차 판매량은 현재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2% 수준으로 아직 태동기를 지나고 있지만, 높은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트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인도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66%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비중을 3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년 인도 전기차 시장에선 현지 완성차업체 타타자동차가 6만9천 대의 전기차를 팔아 점유율 70%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 산하 MG(14%)였고, 3위는 인도 마힌드라(7%)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인도에서 현대차 1428대, 기아 400대 등 합산 1800여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는데 그치며, 점유율이 2%에도 미치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의 현지 시판 전기차 라인업은 인도에서 판매하기엔 차체가 큰 고급 모델로 가격이 높다.
크레타와 비슷한 소형 SUV 차급인 타타자동차의 전기차 티아고 EV의 판매가격은 144만만9천~192만9천 루피(약 2390만 원~3180만 원), MG ZS 가격은 189만8천~239만8천 루피(약 3130만~3750만 원) 수준이다. 두 브랜드의 엔트리급 전기차인 티아고 EV와 코멧 EV 시작 가격은 1천만 원 초중반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 부품을 수출해 인도에서 반조립제품(CKD) 방식으로 생산하는 현대차 코나 EV 가격은 238만4천 루피(약 3900만 원), 부분조립생산(SKD) 방식으로 생산하는 현대차 아이오닉5 가격은 460만5천 루피(약 7580만 원)에서 시작한다.
국내서 완제품을 수출하는 기아 EV6의 경우 시작 가격이 609만6638루피(약 1억40만 원)다.
이에 현대차그룹 최초의 인도 대중화 전기차 모델 크레타 EV의 출시는 전기차 라인업이 기존 3종에서 1종 더 추가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인도 전기차 시장으로의 본격 진출을 뜻하는 셈이다.
인도 현지 매체들은 크레타 EV 시작가격을 200만 루피(약 3290만 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인도 정부가 고율의 전기차 관련 관세를 우회할 길을 열어주면서 올해 현지 전기차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정부는 올해부터 최소 5억 달러를 인도에 투자하고, 3년 안에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에 최대 100%인 수입 전기차 관세를 15%로 대폭 인하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수년 동안 인도 기가팩토리 건설을 언급하며 인도 진출을 시도해 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관세 인하 조치를 계기로 인도 전기차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인도 전기차 시장 점유율 2% 수준에 그쳤던 중국 BYD도 현지 투자를 통한 판매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BYD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 받는 상황에서도 인도에 프리미엄급 전기차 모델인 중형 세단 '실'을 아이오닉5보다 10% 이상 저렴한 410만 루피(약 6750만 원)의 시작 가격으로 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배터리 전문기업 엑사이드 에너지와 그룹의 인도 전용 전기차 모델에 들어갈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양산에 협력하는 등 핵심 부품 현지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 하고 있다.
양희원 현대차∙기아 R&D본부장 사장은 "인도는 앞으로 전동화 확대가 기대되는 중요한 시장으로 초기에 배터리 현지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