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공급망 차질로 수소트럭 생산 난항, 현대차 '북미시장 공략' 변수 촉각

▲ 니콜라가 공급망 문제로 수소트럭 생산에 차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동형 수소충전소인 하일라(HYLA)에서 충전하는 니콜라 트럭. <하일라>

[비즈니스포스트] 수소전지트럭 기업 니콜라가 공급망 차질로 제품 추가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니콜라는 북미권 수소트럭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만큼 생산 차질 이슈를 어떻게 극복할 지 관심이 쏠린다. 수소 모빌리티 사업을 중장기 먹거리로 삼고 있는 현대차도 니콜라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니콜라는 연료탱크와 배터리 부족에 따른 생산 비용 증가로 수소트럭 생산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니콜라가 트럭 1대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은 완성차 가격을 전제로 한 예상치보다 높은 67만9천 달러(약 9025만 원)로 집계됐다. 

미국에서 부품을 구하지 못해 유럽에서 부품을 항공 운송하면서 물류비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수소전지가 아직 개발 초기 단계라 부품업체들이 빠르게 생산량을 맞추지 못해 공급이 지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티브 거스키 니콜라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공급망 문제가 없었다면 지난해 4분기 판매량의 2배 실적을 달성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 충전 인프라를 설치하는 작업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콜라는 북미 주요 지역들에 이동식 수소연료 충전소 ‘하일라(HYLA)’를 짓고 있지만 이 또한 공급망 문제로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수소와 같이 차세대 기술에 베팅한 투자자들 사이에는 기업이 어려움을 겪거나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진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우려는 북미지역에서 수소트럭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현대차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니콜라가 공급망에서 겪는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수소트럭 시장의 투자 규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니콜라 공급망 차질로 수소트럭 생산 난항, 현대차 '북미시장 공략' 변수 촉각

▲ 북미시장에서 수소트럭 판매를 준비하는 현대차에게 니콜라의 향후 행보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현대차가 2023년 5월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시에서 열린 ACT 엑스포에 전시한 엑시언트 트럭. <현대차>


북미 수소트럭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친환경 기술로 여겨지긴 하지만 충전소 등 인프라가 크게 부족해 유의미한 규모의 수요가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 니콜라의 2023년 4분기 판매량도 35대였으며 추가 주문량도 225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니콜라가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투자자들에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될 수 있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니콜라와 현대차의 수소트럭 사업을 다룬 기사를 통해 “성장하는 수소 경제에 더 많은 자본 투자는 모두에게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현대차 또한 니콜라의 수소트럭 사업 확장에 기대감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전체 파이가 커지면서 향후 현대차 또한 수혜를 누릴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수소 시대가 오기 위해서는 시장 전체적인 파이가 커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니콜라의 수소연료 시장 진출은 긍정적인 부분으로 판단한다”며 “현대차는 수소 생산, 저장, 충전, 활용 등 수소 밸류체인 전체를 담당할 수 있는 역량을 활용해 수소 시대로의 전환에 대해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수소트럭을 비롯한 수소에너지 관련 사업에 꾸준히 투자해 온 현대차는 수소 운송수단을 기업의 중장기 주요 사업 전략 가운데 하나로 설정했다. 

중장기 목표인 ‘2025 전략’의 3가지 과제 가운데 하나로 ‘수소(H2) 솔루션’을 제시하고 연료전지 기반 수소 시장을 선점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현대차는 2023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시에서 열린 운송수단 박람회 ‘ACT 엑스포’에 참가해 ‘엑시언트(XCIENT) 수소전기트럭’을 선보였다. 한국과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했으며 북미 충전 파트너사들과도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에서 정책적 수혜 요인도 있다. 바이든 정부가 친환경 운송수단 육성을 목적으로 수십 억 달러를 들여 주요 도로들에 수소 충전소를 2040년까지 설치하는 안을 확정해 구체화하고 있어서다. 

현대차가 북미 친환경 운송수단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자 하다 보니 니콜라의 생산차질 극복 향방이 현대차 수소 사업에 일정 부분 가늠자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