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이 색조 화장품을 내세워 일본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2023년 초 취임 후 아직까지 실적 개선에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 최근 색조와 일본시장 공략에 집중한 화장품 사업 행보가 눈에 띈다.
 
LG생활건강 색조화장품 내세워 일본 공략 박차, 이정애 수익성 개선 안간힘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이 일본 공략에 온힘을 쏟고 있다. < LG생활건강 >


29일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자사의 화장품 브랜드 ‘글린트 바이 비디보브(글린트)’와 ‘프레시안’이 일본 도쿄돔에서 홍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글린트와 프레시안이 일본에서 좋은 성과를 내자 마케팅 강화에 나선 것이다. 글린트 하이라이터는 온라인몰 ‘큐텐’ 1위에 올랐고 프레시안 ‘에그라이크 쿠션’은 9월 출시 이후 ‘큐텐’에서 고객만족도를 지속적으로 높이며 현지에서 관심을 얻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색조화장품을 내세워 일본 시장을 공략한 건 이번이 첫 시도는 아니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색조화장품 및 일본 시장 공략을 이어왔고 이는 단기간에 성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의 색조브랜드 브이디엘(VDL)도 일본 전용 제품들을 선보이며 인기가 증명됐다.

브이디엘의 일본 전용 제품 ‘퍼펙팅 실키핏 커버 쿠션 파운데이션’과 ‘퍼펙팅 실키핏 파우더’는 9월 초 일본 온라인몰 ‘큐텐’ 등에 출시 이후 10월 일본 온라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82% 뛰었다.

이 대표가 일본시장에 강점 있는 색조브랜드를 인수한 것도 색조화장품을 내세운 일본 시장 공략 전략의 하나로 보인다.

LG생활건강은 9월25일 색조브랜드 ‘힌스’를 보유한 주식회사 비바웨이브 회사 지분 75%를 425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힌스는 ‘세컨 스킨 파운데이션’, ‘트루 디멘션 래디언스밤’ 등 대표 제품을 보유한 색조 화장품 브랜드다. 해외 매출 대부분을 일본에서 거두며 일본시장에 강점이 있는 색조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첫’ 인수합병(M&A) 대상 기업으로 ‘힌스’를 택했는데 그만큼 색조제품을 내세운 일본공략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 측도 ‘힌스’ 인수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스킨케어 영역에서 이미 확고한 입지를 다진 LG생활건강은 색조 시장 확대에 대비한 힌스 인수로 다양한 색조 신제품을 출시하고 일본 등 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이다”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표가 색조 제품을 내세워 일본시장을 공략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화장품과 해외 매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LG생활건강 색조화장품 내세워 일본 공략 박차, 이정애 수익성 개선 안간힘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이 색조제품을 내세운 일본 공략 전략으로 취임 후 첫 성과를 낼지 기대가 모인다. 사진은 LG생활건강 일본 도쿄돔 전광판에서 송출되고 있는 색조 브랜드 '글린트'와 '프레시안' 홍보 영상. < LG생활건강 >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매출이 역성장하며 전사 실적을 끌어내리고 있어서다. 2023년 3분기 화장품 영업이익은 연결기준으로 88.2% 크게 줄었다. 

해외매출도 감소세다. LG생활건강의 해외매출은 12.9% 감소했으며 특히 중국 매출이 28.9% 크게 감소했다. 

기존 더후 브랜드를 내세운 스킨케어 제품 위주의 중국 시장 공략 전략에서 색조와 일본까지 범위를 확장한 건 화장품과 해외 매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로 풀이된다.

색조 화장품 시장은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전 세계 색조 화장품 시장은 2022년 약 87조 원 규모로 2027년엔 약 12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색조 화장품을 내세워 일본 시장을 공략하면 신규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색조 화장품은 피부색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북미와 유럽 시장 진출이 어렵다. 이 대표가 중국 시장에 대한 대안으로 일본을 택한 건 기존 색조 화장품 사업을 효율적으로 이어가려는 시도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일본은 북미와 중국에 이어 3번째로 큰 화장품 시장이라 기존부터 차앤박화장품(CNP)과 오휘 등의 브랜드로 일본 시장에 꾸준히 진출해 왔으며 최근엔 색조 브랜드들도 진출하고 있다”며 “K-뷰티가 일본에서 인지도가 높고 특히 색조화장품은 기초화장품보다 일본 젊은층의 접근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2023년 신년사에서 “해외사업 확대는 지속되고 강화되어야 한다”며 해외공략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일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LG생활건강의 실적 개선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회사 Fn가이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4분기 예상 연결 매출은 1조7342억 원, 영업이익은 642억 원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4.07%, 영업이익은 50.22% 줄어든 규모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