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여부를 둘러싼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보건복지부가 궐련형 전자담배에 경고그림을 넣기로 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12월부터 궐련형 전자담배에 일반담배와 같이 질병과 관련된 경고그림이 들어간다.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경고그림 도입, 유해성 논란 다시 불붙어

▲ KT&G가 내놓은 궐련형 전자담배 ‘릴’


보건복지부는 14일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일 경고성 그림의 시안을 내놓는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표기되는 그림과 같은 주사기 그림 1종만 쓰이고 있다.

일반담배에는 폐암이나 뇌졸중 등 질병 관련 그림 5종과 성기능 장애, 간접흡연 등 비질병 관련 그림 5종이 들어간다.

12월부터는 일반담배에 이 10종의 주제로 지금과 다른 경고그림이 붙고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기존 주사기 그림 대신 이른바 ‘혐오 사진’이 부착된다.

지난해 필립모리스코리아가 ‘아이코스’를 내놓으며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시장을 연 데 이어 BAT코리아와 KT&G가 각각 ‘글로’와 ‘릴’을 내놓으면서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시장이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14년 말 일본에서 아이코스가 첫 출시된 뒤 3년반 만에 궐련형 전자담배의 일본 담배시장 점유율은 2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궐련형 전자담배를 놓고 유해성 논란이 한창 이어지고 있고 국내에서 공인기관의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경고그림 도입은 시기 상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독일 연방 농림식품부 소속 독일연방위해평가원이 궐련형 전자담배의 배출 물질을 연구한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담배보다 주요 발암물질인 알데히드는 80~95%, 휘발성 유기 화합물은 97~99% 적게 배출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일본과 중국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국 국가담배품질감독시험센터는 아이코스 증기에 일부 물질을 제외하면 일반담배보다 유해물질이 90% 이상 적게 포함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국립보건의료과학원도 지난해 10월 아이코스의 증기에 유해물질이 일반담배 연기보다 평균 90% 적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일반담배는 담뱃잎을 태워 타르와 니코틴을 포함한 연기를 낸다. 아이코스와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담배보다 낮은 온도로 담뱃잎을 찌는 방식이어서 니코틴을 포함한 증기를 발생시킨다.

궐련형 전자담배 제조사들은 타르 등 유해물질을 포함한 연기를 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11월 스위스 산업보건연구소 연구진은 아이코스가 제조사의 주장보다 많은 양의 유해물질을 배출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아이코스가 혈관에 해롭기는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라는 동물실험 결과도 나왔다.

대한금연학회는 궐련형 전자담배라는 명칭이 일반인에게 건강에 덜 해로울 것이라는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다며 이름을 가열담배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와 달리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담배와 동일하게 담뱃잎을 직접 사용하므로 기존 전자담배와 전혀 다른 제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이코스 등이 일반담배보다 훨씬 덜 해롭다는 제조사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8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연구를 실시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조만간 연구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전해진다.

담배회사들은 경고그림 도입이 반갑지 않다.

일반담배에 경고그림 10종이 부착된 뒤 일반담배 판매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궐련형 전자담배는 기존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점이 인기요인으로 꼽히는데 경고그림이 붙으면 이런 인식이 퇴색될 수 있다.

특히 아이코스 교체 시기를 맞아 필립모리스코리아는 물론 KT&G, BAT코리아 등이 일제히 업그레이드된 기기와 새로운 전용스틱을 내놓으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궐련형 전자담배 인기가 식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궐련형 전자담배의 인기에도 전체 담배 판매량은 1년 전과 비교해 3.8% 감소했다. 2015년 담뱃값이 오른 데 이어 2016년 말 경고그림이 도입됐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