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의 놀이터'처럼 여겨지는 일부 유통채널이 비상계엄 여파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올리브영 '명동타운' 매장을 찾은 외국인 고객들이 직원에게 상품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 CJ올리브영 >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소비심리 악화에 영향을 미쳐 연말 성수기를 망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돌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유통기업은 일상으로 복귀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여전히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기업도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필수 쇼핑코스처럼 인식된 CJ올리브영과 다이소 등이 꼽힌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여파가 이어진다면 영향을 가장 많이 볼 유통기업으로 CJ올리브영과 다이소를 뽑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일종의 ‘놀이터’로 여겨지는 곳이다. 일본을 가면 유명 잡화점인 ‘돈키호테’에 사람들이 몰리듯 한국을 가면 올리브영과 다이소를 꼭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 퍼져 있다.
특히 올리브영은 K뷰티의 인기에 힘입어 외국인의 필수 방문지처럼 자리잡은지 오래다.
한국을 여행 위험 국가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퍼치면 이들의 성장세에도 일부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의견에도 일리가 있는 셈이다.
CJ올리브영은 과거 성장세의 한 축으로 외국인 소비 증가를 꼽은 적이 있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0명 가운데 7명이 매장을 찾은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에 온 외국인 입국자 수가 600만 명인데 이 기간 400만 명의 외국인이 올리브영 매장을 방문했다는 것이다.
CJ올리브영이 관광객의 유동 인구가 많은 곳으로 손꼽히는 명동 등에 대형 매장을 잇달아 여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방문객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실적도 덩달아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외국인 매출이 1년 전과 비교해 16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으며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매장 6곳의 매출은 90% 이상이 외국인에게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CJ올리브영이 1분기 거둔 매출 1조793억 원 가운데 외국인 매출은 12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매출 성장률 263%는 1분기 전체 매출 성장률 30%와 비교해 약 9배 높다.
외국인이 CJ올리브영의 높은 성장을 견인한 축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수치들이다.
이를 감안해보면 비상계엄 여파가 한국 관광을 위축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면 CJ올리브영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수 있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안팎이지만 높게 유지해온 성장세에 일부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지만 항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다이소 역시 CJ올리브영과 마찬가지로 외국인들의 쇼핑 명소로 자리매김하는 곳이다. 사진은 다이소 명동역점 2층에서 상품을 둘러보는 외국인 고객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주요 관광지 주변에서는 다이소를 찾는 외국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례로 명동에 있는 12층짜리 다이소 매장 명동점에서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에게서 나올 정도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외국인들의 발길이 자주 닿는 곳에 있는 지역에 위치한 다이소 매장을 방문했다고 자랑하는 외국인 후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이소 역시 외국인의 한국 방문이 줄어든다면 일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다이소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외국인의 한국 방문이 끊긴 탓에 명동의 주요 매장 문을 닫았던 적도 있다.
아성다이소 관계자는 “매장 현장 얘기를 들어봤을 때 현재까지 특별한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