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가 내년 상반기 브랜드 최초 픽업트럭 출시로 KG모빌리티와 '신구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가운데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KG모빌리티 O100, 렉스턴 스포츠 칸, 기아 타스만.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런 가운데 기아가 내년 상반기 브랜드 최초 픽업트럭 출시로 국내 픽업 시장을 꽉 잡고 있는 KG모빌리티와 '신구 대결'을 예고하고 있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1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픽업트럭 신차 등록 대수는 7350대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4.3% 감소했다.
국내 픽업 판매량은 2020~2023년 3년 새 반토막이 났는데 가파른 감소세를 올해 들어서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 픽업 신차 등록 대수는 2019년 4만2825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3만8929대, 2021년 3만902대, 2022년 2만9685대로 하락세를 보였고 작년엔 1만8199대에 그치며 2012년 이후 11년 만에 2만 대선 마저 무너졌다.
국내 픽업 판매량이 이토록 가파르게 감소한 배경에는 국내 픽업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KG모빌리티 렉스턴 스포츠의 노후화가 자리잡고 있다.
렉스턴 스포츠는 2018년 첫 출시 뒤 현재까지 2번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거쳤을 뿐 현재까지 1세대 모델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렉스턴 스포츠는 판매 첫해인 2018년 무려 4만 대 넘는 판매실적을 올리며 '혈혈단신'으로 국내 전체 픽업 시장의 80% 성장을 이끌었지만 판매 시장에서 위력을 잃어갔고, 국내 픽업시장 역시 궤를 같이해왔다.
2019년부턴 제너럴모터스(GM)의 쉐보레 콜로라도, 지프 글래디에이터, 포드 레인저, GMC 시에라 등 수입 픽업 모델들이 차례로 국내에 출시됐다.
하지만 콜로라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7천만 원 후반~1억 원에 육박하는 가격표가 붙어 2천만 원 후반대 시작 가격을 갖춘 렉스턴 스포츠와는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지 못했다.
렉스턴 스포츠는 출시 시점부터 지금까지 연간 국내 픽업시장 점유율이 단 한번도 80%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연간 판매량이 1만5349대로 전년보다 40.7%나 꺾였고, 이는 국내 픽업 판매 2만 대 선이 무너지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기아는 내년 상반기 KG모빌리티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픽업 시장에 브랜드 최초의 정통 픽업 '타스만'을 내놓고 '역성혁명'을 노린다.
지난달 기아가 부산모빌리티쇼에서 공개한 타스만은 전용 위장막 모델 버전임에도 매끄럽고 미래적인 최근 기아의 디자인 문법에서 완전히 벗어난 야성적 모습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타스만의 주 공략 시장은 '유트(Ute)'라는 고유명사가 있을 만큼 픽업의 인기가 높은 호주다.
넓은 대륙에 오프로드 환경이 많은 호주를 주력 시장으로 겨냥한 점이 타스만의 디자인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타스만은 전기차 버전 출시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일단 국내에는 쏘렌토와 같이 2.2 디젤과 2.5 가솔린 터보 등 2가지 파워트레인으로 출시될 것으로 점쳐진다.
쏘렌토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94마력(hp), 최대토크 45kg.m, 가솔린 터보 엔진은 281마력, 43kg.m의 성능을 낸다.
기아 오스트레일리아는 호주에 출시할 타스만에 디젤 엔진 장착을 확정했는데 2.2 CRDi(커먼레일 전자식 직접분사 시스템) 4기통 디젤 엔진과 3.0 터보 6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 픽업트럭의 완전히 새로운 선택지인 타스만의 출시는 국내 픽업 시장에 새 국면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 기아 타스만 위장막 전용 모델. <비즈니스포스트>
KG모빌리티는 쌍용차 시절인 2002년 무쏘 스포츠로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문을 열었고 액티언 스포츠와 코란도 스포츠 모델을 통해 픽업트럭을 꾸준히 출시하며 국내 픽업 시장을 개척해왔다.
회사는 국내 전기차 보조금이 연말이면 소진되고 이듬해 2월이 돼야 지급액이 확정되는 만큼 O100 연내 출시 시점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O100의 스펙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영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카는 내년 영국에 출시되는 O100이 토레스 EVX(73.4kWh)보다 용량을 높인 80.1kWh(킬로와트시) 배터리를 탑재하고, 토레스 EVX(433km)보다 한단계 늘린 483km 이상의 1회충전 주행거리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글로벌 전기차시장이 캐즘(대중화 이전 일시적 수요 감소)에 빠진 가운데 국내 전기차시장이 역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어 실제 판매 흥행을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시장이 침체기를 지나고 있는 데다 소상공인 수요가 많은 픽업트럭은 경기민감도가 높아 O100이 잘 팔리기 위해선 높은 가성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