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CC 미국 실리콘사업 자회사 모멘티브 상장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이 2019년 모멘티브를 인수하면서 재무적투자자에 제시한 기업공개(IPO)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실리콘시장 수요 회복이 더딘 모습인 데다 모멘티브 상장이 유력한 미국 투자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KCC 실리콘 불황에 실적 꺾여, 모멘티브 상반기 상장 추진 일정 먹구름

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이 모멘티브 상장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8일 건설업계 안팎에 따르면 KCC는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모멘티브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KCC는 지난해 모멘티브 상장 주관사로 미국 씨티그룹글로벌마켓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을 선정하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모멘티브를 인수할 때부터 상장 계획을 세워뒀다.

모멘티브를 상장해 인수자금을 회수하고 실리콘사업을 키우는 데도 더욱 힘을 붙이겠다는 구상을 바탕으로 3조5천억 원이라는 거금을 투입하는 베팅을 걸었다.

KCC는 모멘티브 인수에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한 SJL파트너스에도 투자금 회수를 위한 공동매각요구권을 주면서 모멘티브가 5년 내 적격상장하지 못할 경우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 기한이 2024년 5월까지다.

KCC는 이 기한에 맞춰 지난해부터 상장 준비를 본격화했지만 실리콘시장 업황 등 제반 상황이 좋지 않다.

모멘티브를 통한 KCC 실리콘사업은 지난해 2분기부터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2022년 하반기부터 계속된 전기전자, 건축 등 전방산업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 중국의 저가 실리콘 과잉공급으로 수익성이 크게 하락한 탓이다.

KCC 실리콘사업부문은 2023년 2분기 영업손실, 160억 원, 3분기 영업손실 383억 원을 냈다. 3분기까지 누적으로는 영업손실 411억 원을 보였다.

모멘티브 인수 뒤 2021년과 2022년 KCC 실리콘부문 연간 영업이익 2600억 원대를 거둔 것과 비교하면 지난해 실적이 크게 부진했다.

모멘티브와 그 종속기업들의 실적을 따로 살펴봐도 2021년과 2022년 흑자로 돌아섰던 총포괄손익이 지난해 3분기 다시 손실 3348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글로벌 제조산업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매출도 줄고 있다. KCC 실리콘부문은 2023년 3분기 매출 7004억 원을 거둬 전년 같은 기간(9656억 원)과 비교해 매출이 27.5% 감소했다.

무엇보다 실리콘시장 업황이 당분간 저조한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2일 KCC 신용등급 보고서에서 “KCC는 실리콘부문 수익성 개선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산업경기 둔화로 실리콘 수요 회복세가 약할 것으로 보이고 전력 등 유틸리티 비용 상승으로 원가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모멘티브 인수 때 계획했던 상장 기한을 코앞에 둔 KCC로서는 시장 환경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모멘티브의 기업가치를 45억 달러(약 6조 원)까지 바라봤는데 영업적자 등 실적부진이 지속되면 가치 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멘티브 상장이 유력한 미국시장 상황도 그다지 밝지 않다.

유엔경제사회국(DESA)은 ‘2024 세계 경제상황과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는 금융시장, 노동시장, 주택시장 여건 악화로 심각한 하강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며 “미국은 2024년 소비가 약화되고 투자가 부진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모멘티브 상장을 두고 여러 방안을 고심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정 회장이 실리콘사업의 성장성에 강한 확신을 보여온 만큼 다시 한 번 재무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상장 시기를 늦출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모멘티브 상장과 관련해 2023년 8월 상장주관사를 선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진행사항이 베일에 싸여있다.

KCC는 SJL파트너스에 모멘티브 지분 공동매각을 요구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Drag-along)’ 권한을 주면서 KCC가 SJL파트너스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인 ‘매도청구권(콜옵션)’ 조항도 달았다. 모멘티브를 5년 안에 상장하지 못했을 때 SJL파트너스의 공동매각요구권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KCC 실리콘 불황에 실적 꺾여, 모멘티브 상반기 상장 추진 일정 먹구름

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2023년 말 뉴욕 펄 리버로 이전한 모멘티브 글로벌혁신센터 개소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모멘티브 링크드인 페이지>


KCC는 2023년 3분기 기준 모멘티브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다. 

KCC는 2021년 4월 모멘티브 지분을 보유한 SJL파트너스의 사모펀드 엠오엠 제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 지분 49.81%를 3836억 원에 취득하면서 모멘티브 지배력을 더 강화했다. 이에 따라 KCC가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모멘티브 지분은 80% 수준이다. 

KCC가 SJL파트너스의 남은 지분 20%를 마저 사오게 되면 모멘티브는 KCC의 100% 자회사가 된다.

KCC는 모멘티브 인수로 확대된 재무부담이 여전하다. 지난해에는 실리콘사업이 적자를 내면서 영업 수익성도 저하됐다.

KCC는 2023년 9월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이 5조4796억 원, 부채비율은 144% 수준이다. 모멘티브 인수 전 연 평균 차입금이 2조 원대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부담이 높아져있다. 

다만 회사의 현금성자산과 매도가능한 금융자산 등을 볼 때 재무 융통성은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모멘티브 상장 대신 콜옵션 등 방안을 검토할 여력이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KCC는 2023년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조5444억 원이다. 여기에 삼성물산(9.17%, 평가금액 1조8302억 원), HD한국조선해양(3.91%) 지분 등 모두 2조2253억 원 규모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은 모멘티브의 실리콘사업을 중심으로 KCC를 첨단소재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에 계속 힘을 싣고 있다. KCC는 이미 실리콘사업이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데다 반도체 봉지재인 EMC 생산시설 증설 등 첨단소재부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연말 미국 뉴욕 펄 리버에서 열린 모멘티브 글로벌혁신센터 개소식에도 참여하는 등 직접 사업을 챙기고 있다.

KCC 관계자는 “모멘티브 상장과 관련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