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숨통' 트인다, 업황 반등에 미중 갈등 완화 조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업황 회복과 함께 미중 갈등 완화라는 훈풍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점차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하반기 바닥을 찍고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데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의 개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업황 반등에 힘을 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와 함게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갈등이 고위급 관리들의 접촉으로 새로운 국면을 만나면서 중국 메모리 사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황 회복조짐에 힘받아 올해 2분기 당초 예상보다 개선된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매출 62조 원, 영업이익 2015억 원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했다. 

일부 증권사에선 애초 삼성전자가 2분기 영업손실을 볼 수 있다는 추정도 내놓았지만 반도체 부문의 적자폭이 감소한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면서 추정치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2분기 당초 예상보다 적자 규모를 줄였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적자 추정치는 4조 원으로 추산됐지만 최근 들어 3조 원대 이하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감산효과에 메모리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더해지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D램 출하량이 1분기보다 20% 증가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 추정치(컨센서스)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 감산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재고하락 가속화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반도체 업황 반등 분위기에 더해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의 개화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에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최도연 SK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확실한 업황 저점을 형성했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확보돼 새로운 국면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생성형 인공지능 산업은 현재의 자연어 처리 서비스를 넘어 이미지나 동영상으로 서비스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때 인공지능용 그래픽칩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성능·고용량 HBM(고대역폭 메모리)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HBM시장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45% 이상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의 성장세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4세대 제품인 HBM3의 16GB(기가바이트)와 12단 24GB 제품 샘플을 출하하며 양산준비를 마친 것으로 파악된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전체 D램 매출에서 HBM3가 차지하는 매출비중이 올해 6%에서 내년 18%로 3배가량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SK하이닉스도 인공지능 시장의 개화에 대비하기 위한 기반 마련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글로벌 HBM 시장에서 50%의 점유율을 차지한 기반을 공고히 다지기 위해 HBM3 신제품을 고객사에서 성능검증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고대역폭 메모리와 DDR5 등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수익성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반도체산업의 불확실성을 높였던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완화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숨통' 트인다, 업황 반등에 미중 갈등 완화 조짐

▲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았다는 점이 두 나라 사이 반도체 갈등에서 새로운 국면이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바라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블룸버그 등 외신을 종합하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 이어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까지 7월6일 중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옐런 장관은 블링컨 장관의 최근 방중에 이어 중국을 방문하게 되면서 2021년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중국을 찾는 두 번째 장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장관급 방문을 통해 반도체 갈등의 국면을 한 단계 낮은 수준으로 이끌어가 실리를 챙기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갈등이 양측의 대화로 봉합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이 옐런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반도체용 희귀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을 올해 8월1일부터 통제하기로 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일단 대화 자체가 무산되지 않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더구나 옐런 장관은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재하는 ‘디커플링’에 애초 반대하고 중국과 협력을 강조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두 나라 사이의 해빙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갈등이 완화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반도체 장비 반입에도 청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미국은 중국으로 들어가는 첨단반도체 장비의 반입을 제재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올해 10월까지 포괄유예기간을 둔 바 있다. 올해 연장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외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지만 미국정부의 공식적 통보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37%를 중국 시안에서 생산하고, SK하이닉스는 D램의 40%를 우시 공장에서 만들며 낸드플래시의 20%를 다롄에서 제조하고 있기 때문에 미중관계의 변화는 중요한 화두일 수밖에 없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협상테이블에 앉았다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는 ‘산업의 쌀’로서 중국은 원재료를 확보하고 있고 미국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타협점을 모색하는 시발점이 다가오고 있어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