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관객 수 조작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관객 수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영화 ‘비상선언’(왼쪽)과 ‘비와 당신의 이야기’ 포스터.
그렇다면 이 1천만 관객이라는 수치를 과연 믿을 수 있을까요.
범죄도시3로 오랜만에 축제 분위기인 한국영화계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관객 수를 조작했다는 의혹 때문에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영화관 3곳과 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키다리스튜디오 등 배급사 3곳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16일 영화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범죄도시3로 모처럼 한국영화가 활기를 띈 가운데 이런 논란이 터져 업계 관계자들도 안타까운 마음이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압수수색 대상에 오른 영화들은 쇼박스가 배급한 ‘비상선언’, 키다리스튜디오 ‘뜨거운 피’, ‘비와 당신의 이야기’, 롯데엔터테인먼트 사극 등 모두 4편입니다. 경찰은 엣나인필름이 배급한 ‘그대가 조국’도 수사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대가 조국에 대해서는 정치 영화 특성상 다른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치 영화가 다루고 있는 내용과 같은 성향의 지지자들이 의사 표현의 한 방법으로 직접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예매만 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영화 관객 수는 전국 영화관 발권정보를 온라인으로 실시간 집계 처리하는 시스템인 통합전산망을 통해 관리됩니다.
실시간 처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관객이 예매를 하면 바로 전산에서 집계되는 방식입니다.
경찰이 현재 수사 중인 것은 예를 들어 200석 규모의 영화관에서 실제 관람하고 있는 관객이 없음에도 전산상으로는 매진이 돼있는 식으로 조작됐다는 의혹입니다.
한마디로 배급사가 이른바 ‘사재기 방식’으로 티켓을 대량 구매하고 실제 관객 없이 ‘유령상영’을 했다는 겁니다.
이런 의혹은 사실 오래전부터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나서 압수수색까지 진행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지난해 8월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은 새벽 늦은 시간부터 아침까지 약 100~200석 규모의 영화관 여러개가 매진으로 표시되면서 관객들의 의심을 샀습니다. 티켓 가격은 2천 원으로 표시돼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까지 논의됐죠.
관객 수를 부풀리면 배급사가 가져오는 수익이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닐까라는 관객들의 의심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업계 관계자는 수익 배분 문제는 작품별로 다양하기 때문에 단순히 그런 문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극장에서 관객이 티켓을 구입하면 50%는 극장이 가져갑니다. 나머지 50%를 투자사와 제작사, 배급사가 나눠갖는 구조입니다.
투자사, 제작사, 배급사가 나눠갖는 50% 가운데 누가 얼만큼 가져갈지는 계약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
다수의 영화업계 관계자들은 관객 수 조작이 만약 사실이라면 그 이유는 하나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개봉 초기 관객 수가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티켓값이 올라감에 따라 관객들은 ‘극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보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를 때 다른 관객들도 많이 본 영화에 더 눈길이 간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개봉 초기 관객 수가 중요하고 ‘유령상영’을 통해 조작하면서까지 관객 수를 부풀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입소문을 노리는 거죠.
1천만 영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범죄도시3도 ‘꼼수개봉’ 논란은 있었습니다.
범죄도시3는 5월31일 개봉했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5월27일부터 극장에서 범죄도시3를 볼 수 있었습니다.
사전개봉 형식의 유료 시사회를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사전개봉 기간 동안 48만 명 관객이 범죄도시3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습니다.
정식개봉도 하기 전에 48만 명이 선택한 영화라는 홍보가 가능한 것입니다.
하지만 ‘꼼수개봉’과 ‘유령상영’은 전혀 다른 얘기죠. 유령상영은 영화진흥위원회 업무를 방해하는 범죄행위입니다.
관객 수는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정보입니다. 관객 수가 투자배급사 매출과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CGV 관계자와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요즘은 100만 명 관객, 200만 명 관객 등을 돌파할 때 마다 출연 배우들이 숫자풍선 등을 들고 인증샷을 올리기도 하죠.
앞으로 관객들이 그 인증샷을 보면 과연 저 관객 수가 맞을까하는 의심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진위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통합전산망 허점이 지적되고 나서 심야시간대 유령상영을 걸러내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제도 정비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배급사나 제작사들이 ‘유령상영’과 ‘티켓 사재기’를 하지 않는 것이 관객들에게 신뢰받는 길일 것입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