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대통령' 루이비통 회장이 던진 초호화 호텔 제안, 누가 기회 잡나

▲ 베르나르 아르도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회장이 국내 유통업계 총수들에게 호텔사업 협력을 제안했다. 세계적 명품그룹의 한국 호텔사업 진출인 만큼 누가 첫 사업 파트너가 될지 관심사다.

[비즈니스포스트] 명품업계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회장이 국내 유통업계 총수들에게 던진 제안은 다름 아닌 '호텔'이었다.

명품 사랑이 유명한 한국에서라면 세계적 명품그룹이 운영하는 초호화 호텔 수요도 높을 것이라는 판단이 호텔사업에서의 협력을 제안한 배경으로 꼽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등 국내를 대표하는 5성급 호텔 사업자 가운데 누가 아르노 회장의 손을 잡게 될지 주목된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르노 LVMH 회장이 2박3일 일정으로 한국 주요 백화점과 면세점을 돌며 유통업계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들에게 건넨 주요 의제는 호텔사업이다.

아르노 회장은 국내 유통사 총수들과 만나 LVMH 산하 호텔 브랜드를 한국에 진출시키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LVMH그룹은 2010년대부터 럭셔리 호텔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11년 이탈리아 명품 보석 브랜드 '불가리'를 인수하면서 불가리가 2004년부터 운영해온 불가리호텔을 품었다.

2019년 4월에는 벨몬드호텔도 26억 달러에 인수했다. 벨몬드호텔은 1976년부터 고급 호텔 및 리조트사업을 펼쳐온 회사다.

LVMH그룹은 당시 "벨몬드 인수를 통해 LVMH는 궁극의 럭셔리 호텔업계에서 입지를 크게 확장할 것이다"며 초호화 호텔체인사업에 대한 확장 의지를 내보인 바 있다.

아르노 회장이 국내 유통가 총수들에게 제안한 호텔 브랜드는 이들과 다른 '슈발블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슈발블랑은 2006년 처음 호텔사업을 시작한 회사로 LVMH에 2019년 인수됐다. LVMH그룹은 2021년 9월 프랑스 파리 센 강 근처에 새 호텔 '슈발블랑파리'를 열며 럭셔리 호텔사업을 확대했다.

LVMH는 슈발블랑파리를 만들기 위해 여러 루이비통 매장을 디자인한 건축가에게 인테리어 디자인을, 디올 조향사에게 어매니티 제작을, 여성 브랜드 파투의 디렉터에게 매장 직원들의 유니폼 디자인을 맡길 정도로 공을 들였다.

슈발블랑은 세계적 여행 전문잡지 콘데나스트트래블러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세계 최고의 호텔' 순위에서 1위에 올랐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명품 대통령' 루이비통 회장이 던진 초호화 호텔 제안, 누가 기회 잡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은 호텔롯데를 통해 최고급 호텔인 '시그니엘'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LVMH그룹의 호텔사업 위상을 감안하면 아르노 회장이 국내 여러 유통기업 총수에게 LVMH그룹과 호텔사업에서 협력하자고 운을 띄운 것만으로도 국내 유통가에는 큰 의미일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누가 아르노 회장과 손을 잡고 이 사업의 적임자로 낙점될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호텔사업에 오랜 노하우를 보유한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최우선 선택지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호텔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호텔롯데는 1979년부터 국내에서 호텔사업을 펼쳐왔다. 산하 브랜드로 럭셔리 호텔 '시그니엘', 5성급 호텔 '롯데호텔', 라이프스타일 호텔 'L7', 프리미엄 비즈니스 호텔 '롯데시티호텔' 등 4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아르노 회장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롯데호텔의 무기는 단연 시그니엘이다.

시그니엘 브랜드를 달고 있는 호텔은 현재 '시그니엘서울'과 '시그니엘부산' 등 2곳이다. 모두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부산 엘시티 등 초고층 건물에 자리잡은 데다 객실 수도 적어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하다.

롯데호텔이 2017년 처음으로 시그니엘 브랜드를 만들 때 '6성급 호텔'이라고 홍보했을 정도로 공을 많이 들인 브랜드다.

가격만 해도 국내 다른 호텔 브랜드를 압도한다. 롯데호텔은 시그니엘서울을 개장할 당시 최고급 객실인 로얄스위트의 가격을 1박 당 2500만 원에 책정하기도 했다. 이는 당시 한국 호텔업 사상 최고가였다.

시그니엘서울은 2021년 10월 발표된 콘데나스트트래블러의 '2021 리더스 초이스 어워드'의 '아시아 톱 30 호텔'에서 국내 호텔 가운데 유일하게 톱5 안에 오르기도 했다.

호텔신라도 LVMH그룹의 사업 파트너로 매력적인 후보다.

호텔신라 역시 호텔롯데와 마찬가지로 1979년부터 호텔사업을 시작했다. 산하에는 5성급 호텔인 '더신라'를 비롯해 '신라모노그램', '신라스테이' 등 3개 브랜드를 두고 있다.

호텔신라가 가장 많이 공을 들이는 호텔은 단연 5성급 호텔인 '서울신라호텔'과 '제주신라호텔'이다. 특히 서울신라호텔은 서울 남산 기슭에 위치하고 있어 남산을 조망할 수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서울 한복판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급 호텔체인이 많이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국내를 대표하는 5성급 호텔로서 위상을 잃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제적 평판도 좋다.

서울신라호텔은 전 세계 호텔업계에서 공신력 있는 평가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는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로부터 국내 호텔 가운데 유일하게 5년 연속 '5성급 호텔'로 인정받았다.

롯데호텔이 최고급 호텔로 자랑하는 시그니엘서울이 같은 평가에서 '4성급 호텔'로 인정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한 수 위인 셈이다.

아르노 회장의 딸인 델핀 아르노 크리스챤디올 최고경영자(CEO)가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과 오랜 친분이 있다는 점도 신라호텔 입장에서는 호재다.
 
'명품 대통령' 루이비통 회장이 던진 초호화 호텔 제안, 누가 기회 잡나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베르나르 아르노 LVMH그룹 회장의 딸 델핀 아르노 크리스챤디올 최고경영자(CEO)와 친분이 깊다.


이부진 사장은 과거 델핀 아르노 CEO의 이탈리아 저택에 초청받아 최고급 와인을 소개받기도 했을 정도로 관계가 깊다.

이와 관련해 호텔신라 관계자는 "LVMH그룹 측에서 호텔사업 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LVMH그룹이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이외의 사업 파트너를 검토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역시 호텔사업을 키우고 있다.

신세계는 글로벌 호텔 브랜드인 메리어트와 손잡고 2021년 8월 대전아트앤사이언스에 '호텔오노마'라는 이름으로 호텔사업을 시작했다. 호텔오노마는 개장 1년도 지나지 않아 한국관광협회중앙회로부터 5성급 호텔을 인정받았다. 

사업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은 약점이지만 백화점업계에서 신세계가 독보적인 고급화 백화점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LVMH그룹의 사업 파트너가 될 가능성도 있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조선호텔앤리조트를 통해 호텔사업을 하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2020년 5성급 호텔 브랜드인 '그랜드조선'을 선보인 뒤 현재 제주와 부산에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LVMH그룹의 한국 호텔사업 진출은 브랜드를 국내 사업자에 대여하는 방식부터 공동 지분투자까지 다양한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