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NFT를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주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발 경제위기, 그리고 일련의 코인사태들이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를 가로막았다. NFT로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게임업계까지 난관에 빠지면서 NFT 회의론에도 다시 힘이 실린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일시적 해프닝이고 가상자산 시장에 새로운 동력이 나타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NFT를 새로운 수익모델로 삼으려는 산업 분야에 어떤 곳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이 가운데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가상자산, 특히 NFT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살펴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2022년 3월부터 NFT의 증권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증권이 되면 다른 금융자산처럼 보호받을 수 있고 사기꾼들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기 때문인데 이미 투자 목적의 NFT 자산들이 증권으로 인정받은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23년 2월에는 미국 프로농구 NBA의 하이라이트 동영상 NFT인 'NBA톱샷'이 증권으로 인정받았다.

이런 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2023년부터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에서 NFT를 법으로 보호 및 규제하는 입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NFT가 제도권 내로 들어오면 NFT개발사들이 쉽게 저질러온 먹튀 문제를 방지할 수 있고 자산보유자의 권리도 보장돼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수도 있다.

여기에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상자산에 익숙한 크립토네이티브들이 많아지는 점도 긍정적이다. 국적을 막론하고 20~30대들은 기성세대가 꽉 잡고 있는 기존 투자시장 대신 자신들에게 더 익숙한 가상화폐와 NFT 미술품 투자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기업들도 블록체인 기술과 NFT를 새로운 수익모델, 또는 마케팅 등에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대표적으로는 미술과 게임,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있다. 특히 미술과 게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NFT 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 돼 줄 것으로 기대받았는데 가상자산 시장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NFT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NFT라고 하면 주로 디지털 미술작품을 가리킨다. 유명 NFT 작가의 작품은 수백억 원을 호가하기도 해 뉴욕을 중심으로 이 시장을 눈여겨본 기존 미술품 경매장들이 발 빠르게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NFT 미술품을 전시하고 거래하는 곳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2022년 루나와 테라코인 사태, 거래소 FTX 붕괴가 가상자산 충격에 NFT 미술품에 투자하려는 발걸음이 얼어붙었다.

게임업계는 게임경제를 좌우하는 핵심재화를 NFT 형태로 발급해 해킹이나 아이템 복제를 막는데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한국의 게임기업 위메이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특정게임의 핵심재화인 흑철을 NFT 형태로 발급해 이를 가상화폐 위믹스를 통해 현금으로 바꿔주는 경제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게임을 하면서 돈도 버는 P2E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생태계의 핵심인 가상화폐 위믹스가 시장의 신뢰를 잃고 상장 폐지로 가기도 하는 등 아직은 그 수익모델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제 남은 산업 분야는 엔터테인먼트다. 가상자산 전체에 대한 전망이 암울한 가운데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NFT를 일으켜 세울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을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내세우는 수익모델은 단순하다. 팬들에게 한정판 NFT 굿즈를 판매하고 자체 거래소에서 팬들의 거래를 유도해 수수료도 챙긴다는 것이다.

이것이 유효한 비즈니스라는 점도 어느 정도 증명됐다. 2021년 당시 12년차 여성아이돌 티아라가 복귀를 기념해 당시 시세로 1만 원에서 54만 원에 이르는 가격의 NFT 굿즈 9400개를 내놨는데 이것이 완판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관망세였던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하이브는 2021년 11월 향후 BTS의 NFT 굿즈를 내놓겠다고 선언했으며 2022년 10월에는 블록체인 기업 두나무와 손잡고 아티스트 NFT 거래소 모먼티카를 설립했다. 거래소에서는 아티스트의 사진과 음성, 영상 콘텐츠, 무대 위 순간들이 디지털 카드 형태로 유통된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2021년 11월 사업설명회에서 "포토카드들이 디지털상에서 그 고유성을 인정받아 영구적으로 소장 가능할 뿐 아니라 위버스와 같은 팬 커뮤니티 플랫폼 안에서 수집, 교환, 전시가 가능하게 된다. 이렇게 다양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팬 경험을 넓힐 수 있는 방법들이 생기면 어떨지 두나무와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NFT 굿즈는 앨범과 음원, 공연 외에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었던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체에 단비가 될 가능성도 품고 있다.

그동안 일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팬미팅을 미끼로 걸어 팬들에게 수십 장의 플라스틱 실물앨범을 파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집해왔는데 이것이 아티스트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지속가능성을 갉아먹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NFT 굿즈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지속가능한 수익모델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이를 통해 침체된 가장자산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 수 있을지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NFT 사업모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