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이커머스시장에서 물류효율화를 향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롯데쇼핑이 1조 원을 들여 영국의 온라인 식료품 유통기업 오카도의 물류 시스템을 들여오면서 유통 맞수인 이마트가 직접 구축한 물류센터 ‘네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달궈지는 이커머스 물류효율화 경쟁, SSG닷컴 물류 심장 '네오' 주목

▲ 롯데쇼핑이 1조 원을 들여 영국의 온라인 식료품 유통기업 오카도의 물류 시스템을 들여오면서 유통 맞수인 이마트가 직접 구축한 물류센터 ‘네오’를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에 문을 연 '네오003' 모습. <신세계뉴스룸>


SSG닷컴이 자체적으로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내 이커머스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는 고전하고 있어 롯데쇼핑이 오카도 시스템을 통해 국내 이커머스시장의 판을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자동화 물류센터를 비롯한 물류관리 시스템은 이커머스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국내 이커머스의 최강자인 쿠팡은 자체적으로 물류시스템 'WMS'를 개발해 입고부터 출고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새벽배송 강자인 마켓컬리는 물류 자동화 시스템 ‘QPS’를 개발해 컬리 김포센터에 적용했다. 

상대적으로 온라인 유통에서 뒤진 이마트 또한 2014년 온라인몰을 선보이면서 독자적으로 '네오'를 구축했다. 

네오는 단순한 물류센터가 아니다. 물류센터인 동시에 이마트만의 독자적인 온라인 쇼핑 시스템을 의미한다. 설계 당시부터 물건 보관뿐 아니라 제조, 판매 기능까지 합쳐진 온라인스토어 모델로 구축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네오를 두고 이마트 온라인사업의 ‘심장’이라고까지 표현했을 정도로 이마트 온라인사업을 담당하는 SSG닷컴의 핵심으로 꼽힌다. 

현재 물류센터 네오는 전국에서 모두 3곳이 운영되고 있다. 경기 용인에 1곳, 경기 김포에 2곳이 있다. 

SSG닷컴에 따르면 현재 네오의 자동화율은 80% 가량으로 일부 신선식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이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포장부터 배송까지 진행된다. 당일배송인 ‘쓱배송’의 정시배송률은 98% 이상이다. 

SSG닷컴은 산지에서 직접 상품을 매입할 뿐만 아니라 가락시장과 노량진수산시장 등 당일 경매 상품을 바로 손질해 네오로 입고시킨 뒤 고객에게 배송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네오의 장점을 극대화한 대표적인 서비스는 '새벽빵' 배달이다. 이 서비스는 네오에서 만든 빵을 바로 배송하는 시스템으로 오전 5시에 만들어진 빵을 빠르면 당일 오전 9시에 받아볼 수 있다. 새벽빵 서비스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자 전국 이마트 내 온라인 배송센터인 PP(Picking/Packing)센터로 확대됐다. 

롯데쇼핑이 최근 오카도의 시스템을 이식받기로 결정한 데는 이처럼 이커머스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물류관리 시스템을 단시간에 확보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롯데쇼핑은 1일 오카도의 통합 솔루션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을 도입하고 운영하는 데 2030년까지 모두 1조 원을 쏟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카도는 2000년 4월 설립된 영국의 온라인 식료품 유통기업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배송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물류 리테일 테크기업으로 변신했다. 

오카도가 독자적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아마존 킬러'라는 별명을 얻었고 '모든 길은 오카도로 통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통업계에서 존재감이 크다.

SSG닷컴은 이처럼 앞선 이커머스 선발 주자들을 따라잡기 위해 자체 물류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여전히 국내 이커머스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는 고전하고 있다. 

SSG닷컴의 올해 상반기 국내 이커머스시장 점유율은 3.1%에 그쳤다. 1년 전 2.8%에서 소폭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SSG닷컴의 모회사인 이마트가 3조4천억 원을 들여 지마켓을 인수하면서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시장 점유율은 10%대로 뛰는데 성공했지만 지마켓의 점유율 상승이 더디다.  
 
달궈지는 이커머스 물류효율화 경쟁, SSG닷컴 물류 심장 '네오' 주목

▲ 네오003호기에서 물류 처리시스템에 의해 배송될 물품들이 이동하고 있다. <신세계뉴스룸>


여기에 4번째 네오 물류센터를 짓겠다는 계획도 주민 반발과 비용문제 등으로 미뤄지고 있다. 

이마트는 앞서 2018년 3월에 연 이사회에서 경기도 하남시에 4번째 네오인 '네오004'를 짓겠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하지만 이후 지역 주민들이 반발한 데 이어 이마트가 수익성 중심으로 온라인사업의 방향을 틀면서 네오의 추가 건설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네오 대신 비식품을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 핵심거점인 RDC(광역물류센터)와 대형PP(피킹&패킹)센터를 늘려 수익성과 배송효율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롯데쇼핑은 이마트의 오랜 유통 맞수로 백화점, 마트, 슈퍼 등 다양한 유통사업에서 경험과 관록을 가지고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쿠팡과 같은 신흥 유통 강자들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 롯데온의 올해 상반기 국내 이커머스시장 점유율은 1.7%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이커머스업계 일각에서는 롯데쇼핑이 거액을 투자해 오카도의 시스템을 들여와 비교적 빠르게 물류체계의 효율을 높인다 하더라도 국내 이커머스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한다고 말한다.

오카도의 시스템을 들여온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상황에 알맞게 적용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카도는 1시간 간격으로 하루에 33번의 배송을 한다고 하지만 국내의 실정과는 맞지 않는 시스템이다”며 “오카도의 시스템을 들여와 물류센터를 짓고 한국의 상황에 맞게 시스템을 바꾸고 적용하는 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오카도에 계속해서 수수료를 지급해야하는 점도 향후 실적에 부담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