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면세점 2분기 실적 반등 기대 이상, 유신열 '온라인 전환' 빛 봤다

▲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가 이끄는 신세계면세점이 2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사진은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 <신세계디에프>

[비즈니스포스트]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가 이끄는 신세계면세점이 2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아직 해외여행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신세계면세점의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19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신세계면세점이 코로나19 위기를 지나며 향후 실적 개선을 위한 모멘텀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종대 하나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의 2분기 실적에서 가장 큰 의미는 면세점사업에 대한 가능성이다”며 “영업이익이 290억 원 가까이 나왔는데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도 높은 수준이다”고 바라봤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올해 2분기 매출 8132억 원을 거뒀는데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5.1% 늘어난 것이다. 영업이익은 287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48.7% 증가했다. 

신세계면세점은 2019년 2분기에는 매출 7695억 원, 영업이익 173억 원을 냈는데 코로나19 위기 지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2019년을 뛰어넘는 실적을 낸 것이다.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개선되면서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1조3737억 원, 영업이익 480억 원을 냈다. 

신세계면세점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국내 면세점 ‘빅4’사 가운데 가장 좋다.

매출 규모로 1위인 롯데면세점은 영업손실 892억 원을 냈다. 호텔신라 면세부문은 영업이익 245억 원을, 현대백화점 면세점부문은 영업손실 138억 원을 봤다. 

이같은 신세계면세점의 선전에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박 연구원은 “지금 사업구조 아래에서 해외여행이 재개되고 시내면세점 영업이익률이 2019년 수준까지 상승한다면 신세계디에프의 연간 영업이익은 2500억 원 이상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세계면세점은 앞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한 해 동안 영업이익 1100억 원을 거둔 바 있다. 

신세계면세점이 실적을 개선한 데는 재고관리 영향이 컸다. 

면세점은 백화점과 달리 상품을 직매입해 소비자들에게 다시 판매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판매되지 않은 상품들이 고스란히 재고로 남게 되고 이 재고들은 재고자산평가손실 처리돼 재무제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2분기 실적과 관련해 “재고관리를 꾸준히 해온 덕분이다”며 “2019년과 2020년은 코로나19 위기가 끝날 때를 대비해 재고를 확보한 탓에 실적에 영향이 있었지만 올해는 재고들을 상당부분 털어냈다”고 말했다. 

재고상품을 털어낼 수 있었던 데는 온라인 판매로의 전환이 주효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재고 상품 판매를 위해 2020년 7월 ‘쓱 스페셜(SSG SPECIAL)’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놓고 이를 통해 창고에 입고된 지 6개월이 넘은 재고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유통기한이 짧고 유행을 타는 화장품은 최대 70%까지 할인해 판매하기도 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의 도움도 받았다. 신세계면세점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공식 온라인몰인 ‘에스아이빌리지’를 통해 내수 통관 면세 재고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올해 7월 신세계면세점은 중화권을 고객을 대상으로 한 역직구 전문 온라인 쇼핑몰도 열었다. 역직구는 해외 소비자가 한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이나 화장품 등을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는 것을 말한다. 

관세청은 앞서 2020년 4월부터 재고면세품을 내국인에게 파는 ‘내수 통관 면세품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으며 올해 3월에는 외국인이 국내를 방문하지 않아도 국내산 면세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매출과 온라인을 통한 내국인 판매 매출도 조금씩 늘고 있다”며 “따이공(보따리상)을 통한 판매보다 매출은 적지만 수수료가 낮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의 실적 개선을 이끈 유신열 대표는 2020년 12월1일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에 올랐다.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일 때다. 

이 때문에 유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데 힘을 실었는데 이같은 노력이 성과로 나타난 셈이다. 
 
신세계면세점 2분기 실적 반등 기대 이상, 유신열 '온라인 전환' 빛 봤다

▲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아직 임대료 조건을 내놓지 않은 만큼 신세계면세점이 입찰에 참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사진은 5월2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 모습.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임대료 감면 정책에 따라 회계상 임차료 환입 처리가 된 것도 신세계면세점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인천국제공항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공항 이용객이 급감하자 2019년 평균 공항 이용객의 70%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는 매출에 연동한 매출연동제 방식으로 임대료를 받는 임대료 감면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이같은 임대료 감면방침은 기존에는 올해 6월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올해 12월 말까지로 연장됐다. 
 
다만 하반기 예정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은 향후 신세계면세점의 실적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신세계면세점의 실적 개선에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감면이 보탬이 됐는데 임대료 조건이 변경되면 부담이 다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아직 임대료 조건을 내놓지 않은 만큼 신세계면세점이 입찰에 참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과거처럼 신세계면세점의 이름을 알려야하는 상황은 아닌 만큼 임대료가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책정되면 과열경쟁은 펼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유신열 대표는 6월 말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적정선에서 최적의 입찰을 하겠다는 것이 큰 방향”이라며 “지금처럼 센 임대료를 내면서까지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은 아닌 만큼 적절한 수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서 해야 되지 않겠느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입찰 참여와 관련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내놓는 조건을 면밀히 검토한 이후 결정한 것이다”고 말했다.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이르면 이달 면세점 입찰 공고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