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미국을 넘어 한국 담배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데 더해 최근 보건복지부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면서 한국에서도 규제가 구체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KT&G에게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은 실보다 득이 더 많아

▲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


유해성 논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까지 고려하면 한국에서 폐쇄형 시스템의 액상전자담배(CVS)시장은 시장 형성 초기단계부터 난관에 부딪힌 셈이 됐다.

25일 업계에서는 KT&G가 한국 폐쇄형시스템의 액상전자담배시장의 대표적 사업자이지만 이번 사태에서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KT&G가 올해 5월 말 폐쇄형시스템의 액상전자담배 ‘릴 베이퍼’를 출시하며 한국 액상형 전자담배시장을 놓고 강한 의욕을 보였던 만큼 유해성 논란이 곤혹스럽겠지만 액상형 전자담배사업만을 운영하는 쥴랩스코리아와는 처지가 다르다는 것이다.

KT&G의 액상형 전자담배사업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로 담배사업부문 전체를 놓고 볼 때 아직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KT&G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 우려는 극히 적은 셈이다.

또 KT&G는 일반 궐련형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을 모두 갖추고 있는 만큼 오히려 경쟁기업의 액상형 전자담배 소비자가 유입되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8월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반 궐련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를 같이 피우는 흡연자는 전체 응답자의 80.8%, 액상형 전자담배까지 포함해 3종류를 모두 피우는 흡연자는 47%에 이르렀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흡연자가 3종류의 담배를 모두 사용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담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액상형 전자담배시장은 아직 전체 담배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작고 또 시장환경 자체도 미국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특히 KT&G는 액상형 전자담배 외 일반 궐련형 담배, 궐련형 전자담배 등 영역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액상형 전자담배만을 취급하는 경쟁회사의 소비자를 끌어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KT&G의 국내 영업환경에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김혜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담배시장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점유율은 1%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최근 미국과 중국 등에서 내려진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 규제 조치는 KT&G의 국내 영업환경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주요 경쟁회사인 해외 담배기업들이 전자담배 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사이 KT&G는 에쎄 체인지 히말라야, 레종 휘바 등 일반 궐련담배부문에서 인기 신제품들을 출시했다”며 “전자담배와 궐련 혼용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힘입어 KT&G가 담배사업부문에서 실적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최근 한국 담배시장은 전자담배가 확산되면서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필립모리스, 쥴랩스 등 경쟁자의 부상이다.

KT&G는 한국에서 일반 궐련담배만으로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온 시장지배적 사업자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등 차세대 담배제품 진입 초기에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전체 흡연자 수에 큰 변동이 없는 가운데 2017년 6월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가 한국시장에 출시되면서 해외 기업들의 전자담배 제품으로 수요가 이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KT&G는 '릴'을 필두로 한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 출시와 더불어 일반 궐련담배시장에서도 제품의 차별화와 한정판 출시로 경쟁력 강화에 꾸준히 힘써온 결과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국내 담배사업부문 수익성이 40%를 넘어섰다.  

KT&G는 올해 2분기 기준으로 한국 일반 궐련담배시장에서는 점유율 약 62%, 궐련형 전자담배시장에서는 점유율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