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2심 판결이 임박했다.

기아차는 자동차업황을 둘러싼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최근 수년 동안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이 인정받는데 희망을 걸고 있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2심 판결 임박, '신의성실의 원칙' 인정받을까

▲ 박한우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21일 기아차에 따르면 22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전국금속노조 기아차지부(기아차 노조) 소속 조합원 2만7424명이 소송을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의 항소심 판결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은 2017년 8월 진행된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는데 2심에서도 이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회사 사정이 크게 어렵지 않다면 노동자들에게 추가로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최근 대법원 판례까지 나온 상황에서 기아차가 상황을 뒤집기 어렵다는 예상에 힘이 실린다.

대법원은 최근 신영운수 소속 버스기사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내면서 “노동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해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도 “기아차의 경영상태가 나쁘지 않다”며 “피고(회사측)의 신의칙 원칙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기아차는 최근 경영상황이 꾸준히 어려워졌다는 점을 재판부가 인정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이 충분히 고려된다면 신의칙을 적용받아 항소심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 이행은 서로 상대방의 신뢰를 헛되게 하지 않도록 성의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민법 2조에 명시된 대원칙이다.

2심이 진행되면서 기아차 변호인단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재판부에게 신의칙 적용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추가 임금을 지급하게 되면 미래 투자 등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기아차의 수익성은 계속 후퇴하고 있다.

기아차는 2014년만 해도 영업이익률 5.5%를 보였지만 2015년 4.8%, 2016년 4.7%로 꾸준히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1%까지 감소했다. 4년 만에 영업이익률이 반토막난 것이다.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제너럴모터스(GM)과 토요타 등을 포함한 글로벌 10대 완성차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의 3분의 1~4분의 1 수준에 머무르며 최하위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기아차가 한꺼번에 노조에게 대규모 임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현실도 기아차가 항소심 판결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기아차 노조가 요구한 임금청구 소송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면 기아차는 연간 3천억 원가량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2018년 영업이익이 1조1천 억 원을 간신히 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매우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최근 기아차 노무관리를 맡고 있는 최준영 대표이사가 담화문을 통해 노조에 통상임금 관련 대승적 결단을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심 재판부가 신의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라는 최근 판례 기조를 받아들이는 대신 통상임금의 범위를 1심보다 좁게 해석하는 방향의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의칙은 최근 사측에 불리하게 나오는 다스와 시영운수 판례들을 감안할 때 기존 판결이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휴게시간 인정 등을 포함한 통상임금의 범위는 2심에서 줄어들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기아차가 2심에서 패소하더라도 당장 재무구조와 실적 등에서 흔들릴 가능성은 없다.

기아차는 이미 1심 판결이 났던 2017년 3분기에 통상임금 관련 충당금으로 1조 원에 가까운 금액을 쌓았다.

당시 재판부는 기아차가 노조에게 지급해야 할 통상임금과 이자비용으로 4223억 원만 인정했는데 기아차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이 범위를 좀 더 넓게 잡아 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