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이 임단협을 두고 채권단과 노조 사이에서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노조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주채권자인 KDB산업은행은 자회사들에 강도 높은 경영쇄신을 압박해 양쪽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임단협 놓고 노조와 채권단 사이에서 난감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17일 8시간 동안 파업했다. 18일에는 전체 조합원이 상경해 집회를 연다.

이에 앞서 13일에도 8시간 전면파업, 14일에는 오후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11월 새 노조집행부가 선출되면서 단체교섭을 두 달 만에 재개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회사 측은 기본급 동결과 상여금 600%의 월 분할 지급 등을 제시한 반면 노조는 상여금 분할을 반대하고 기본급 4.11% 인상을 요구 중이다.

임단협이 지연되면서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장 등 노조 간부 2명은 7일째 옥포조선소 골리앗크레인에 올라 농성하고 있다. 노조 간부들이 산업은행 앞에서 천막농성에도 들어간 지도 13일째다.

현재 노사가 가장 큰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부분은 ‘상여금의 월할 지급’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매달 주기적으로 지급하는 돈만 대상으로 최저임금 미달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계속해서 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로서는 상여금 등을 최대한 고정수당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올해 초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은 대우조선해양 일부 사원의 급여가 최저시급에 미달한다며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도 했다. 창원지검 통영지청이 최저시급을 계산할 때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유급휴일(주휴시간)을 빼야한다고 보고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하기는 했지만 내년은 최저시급이 8천 원으로 더 오르는 만큼 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면 노조는 상여금을 매달 나누어서 주면 결국 임금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반발한다.

특히 노조는 회사 측에 ‘언제까지 채권단 눈치를 볼 것이냐’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임단협 놓고 노조와 채권단 사이에서 난감

▲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장 등 노조 간부 2명이 옥포조선소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대우조선해양 노조>


노조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것은 맞지만 노동자들은 정성립 사장의 약속을 믿고 많은 양보를 해왔다”며 “정 사장이 채권단 핑계만 댈 것이 아니라 최고경영자로서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책임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어려운 경영상황을 고려해 4년 동안 기본급을 동결하고 성과급도 3년 동안 받지 못한 만큼 이제는 임금을 올려받을 때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 사장으로서는 행보가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수주에 집중하려면 노조와 임단협을 서둘러 끝내하지만 산업은행도 신경써야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자이자 최대주주로 지분 55.7%를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내에 경영정상화관리위원회를 설치해 자구계획 이행상황과 경영실적 등 경영 상황을 보고받고 경영진 교체, 경영진 추천 등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1월 “현대상선 실적이 나쁘면 안일한 임직원은 즉시 퇴출하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장을 날리는 등 자회사들에게 고강도 경영혁신을 압박해왔다. 기업 구조조정에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스스로가 살아남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임기 안에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정 사장이 인건비 등 고정비 절감에 한층 무거운 책임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임금협상에 일일이 관여하지는 않지만 큰 그림에서 보면 평가받는 입장인 것은 맞다"며 "노조와 협상이 어떻게 될지는 더 진행돼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